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13) 유학

Chapter Ⅱ 

   3학년 2학기에는 작곡 공모전 본선 연주와 더불어, 크고 작은 여러 연주를 많이 했다. 그런 중에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됐는데, 독일 한스아이슬러 국립 음대 작곡과에 재직 중인 독일인 교수님께 개인 레슨을 받게 된 것이다.

  

   나의 전공 레슨 선생님의 친구(작곡과로 출강하시는 또 다른 선생님)의 친구가 바로 독일인 교수님이셨다. 음악대학 전공자들은 보통 독일로 유학을 많이 갔다 오기 때문에 나의 전공 레슨 선생님을 비롯한 수많은 선생님들은 독일 유학파였고, 그때 알게 된 인연이 계속 이어져 오는 것 같았다. 나의 전공 레슨 선생님의 제자와 선생님 친구(작곡과로 출강하시는 또 다른 선생님)의 제자 중 열심히 하는 학생 한 명씩을 선별해서 독일인 선생님께 직접 레슨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선생님들께서 만들어주셨다. 우선 독일인 교수님 레슨에 내가 선발되었다는 것에 감사했고, 작곡과 선생님들께 인정받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매우 좋았다.

 

   내가 쓴 곡 중 독일인 교수님께 레슨 받을 곡을 선정하고, 그 곡 악보를 인쇄해서 제본하기까지 레슨을 받기 위해 준비하는 모든 과정이 설레었다. 제본한 악보를 가지고 독일인 교수님께 도착하니 그곳에는 레슨 받으러 온 우리들에게 독일어를 동시 통역 해 주실 작곡과 선생님이 계셨다. 레슨 받으러 온 학생은 나를 포함해서 총 3명이었고, 내 곡은 두 번째 순서로 레슨을 받게 되었다. 다른 학생의 곡을 레슨 할 때도 옆에서 같이 레슨 내용을 듣게 되어서 많은 공부가 되었다. 특히 나의 곡을 레슨 받을 때, 내 생각이 너무 편협적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사고가 확장되는 것 같은 느낌이 단 한 시간의 레슨을 통해서도 경험할 수 있었다. 너무 좋은 레슨이었지만, 한국에 계속 머물러 있다면 나의 사고는 여기서 더 확장하기엔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한계도 느끼게 되어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했다. 


   독일인 교수님의 레슨을 받은 후 전공 레슨 선생님을 만나 뵈었는데, 그때 나는 생각지 못한 말을 듣게 되었다. “진영아~ 너 독일로 유학 갈래? 유학 가게 되면 훨씬 더 다양한 것을 경험할 수 있고, 충분히 너는 그럴 능력이 되는 거 같아.” 선생님의 이 말을 듣기 전까지만 해도 나에게 유학은 너무 막연한 이상일 뿐이었는데, 선생님의 적극적인 뒷받침으로 인해 막연하기만 했던 유학이 나에게 현실이 되고, 목표가 되었다. 


   이후 나는 독일어를 배우면서 독일 한스 아이슬러 국립 음대에 입학하기 위한 절차 등을 자세히 알아보았다. 그 시간 동안 내 머릿속에서는 상당히 다양한 꿈을 상상하고, 상상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희망으로 벅찼다. 하지만, 그 달콤한 시간이 한 달쯤 지났을까... 당시 세계 경제가 리먼 경제 공항으로 상당히 힘들어지게 되면서 아버지의 사업도 그 여파에 휩쓸리게 되었다. 결국 나의 독일 유학은 물거품이 되어 이상으로만 머무르고 말았다.  

이전 23화 (12) 과탑 그리고 공모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