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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대학생

Chapter Ⅱ 

   너무나 가기 싫었던 대학교의 입학식에 참여하게 되었다. 입학식에 참여하게 된다는 것은 나중에 편입을 한다 해도 앞으로 2년 동안 이 학교에 다녀야 된다는 게 기정 사실화 된 것이기에 대학교 입학의 설렘보다는 무조건 싫다는 생각만 앞섰다. 입학식 장소에는 각 단과 대학별로 입학생들이 모여있었고, 나는 음악대학 입학생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다들 설레는 마음이 부풀어있는지 웃고 있었지만, 나는 웃음보다는 앞으로 집에서 학교까지 왕복 4시간 거리를 어떻게 다녀야 될지에 대한 고민이 앞섰다.


   대학교 첫 학기 새내기의 생활은 에너지가 넘치고 낭만이 깃들며 행복한 생활일 것 같았지만, 나에겐 그렇지 않았다. 추가모집으로 입학했기 때문에 첫 학기 강의 수강 신청이 만족스럽지 못했고, 입학식 때 걱정되었던 집에서 학교까지의 왕복 4시간 거리가 너무 힘들었다. 그리고 음악대학 각 과별로 수요일 오후는 연주 수업 시간이었는데, 이 수업의 첫 시간에 너무 큰 실망을 하게 되었다.


   작곡과는 수요일 오후 연주수업에 1학년부터 3학년까지 한 강의실에 모였다. 2·3학년은 본인이 작곡한 곡을 연주해 줄 연주자를 관현악과 성악과 피아노과에서 섭외해야 됐다. 그리고 정해진 순서에 따라 매주 연주수업시간에 1·2·3학년과 강의 담당 교수님이 보시는 자리에서 곡을 발표했다. 이때 1학년은 선배들이 발표하는 곡의 연주를 듣고 감상평을 써서 제출해야 되었다. 기대와는 다르게 발표되는 곡과 연주에서 몇몇을 제외하고는, 당시 1학년이었던 나의 기대에 못 미치게 들렸다.


   선배들은 왜 저런 식으로 곡을 쓰며, 연주는 또 왜 저렇게 못 하는 건가, 이 연주가 과연 관현악과 성악과 피아노과 전공자들이 연주하는 게 맞는 건가, 나는 왜 이런 학교에 다니고 있는 건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이 학교를 다니는 것에 회의가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대입에서 좋은 결과를 이루지 못 한 내 책임이라 생각했기에 이 또한 내가 감내해 나가야 될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2·3학년이 되어서 작곡한 곡을 연주 발표 한다면, 절대 내 후배들에게는 내가 느꼈던 실망감을 돌려주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렇게 1년이 흘렀고, 2학년 1학기 초에는 교직 이수자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학교에 대한 회의가 느껴지고 왕복 4시간에 해당되는 통학시간 때문에 많이 힘들었지만, 2학년 1학기에 선발되는 교직 이수에 목표를 가지면서 1학년때 정말 열심히 해 왔었다. 그래서 나는 교직 이수자 명단에 내 이름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내 이름은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추가모집으로 입학했기 때문에 다른 학생들이 1학기 수강신청을 이미 끝낸 후에 수강신청을 하게 됐다. 전공필수를 제외한 나머지 강의는 자리가 있는 수업에만 내가 수강신청을 할 수 있었다. 당시 자리가 있는 교양수업은 공과대학 수업이 남아있어서 공과대학 수업으로 교양수업을 신청하게 됐는데, 이 수업이 나의 발목을 잡게 될 줄은 그땐 몰랐었다. 공과대학 교양수업을 열심히 듣긴 했는데, 시험 성적으로는 C를 받았다. 그 결과 공과대학 교양수업 하나로 인해 나의 1학년 전체 총점과 평점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어 우리 과에서 나는 3등이 되었다. 그래도 교직이수는 과에서 10퍼센트까지 할 수 있고, 작곡과는 한 학년에 30명이기에 교직이수를 3명까지 할 수 있어서 내가 3등인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05학번 선배가 등장하는 변수는 예상하지 못했다.


    교직 이수 선발 규정상 한 학년의 10퍼센트인 3명이 선발되는데, 우리 과는 당시 08학번에서 2명, 05학번에서 1명이 선발되었던 것이다. 교직 이수 선발 규정이 06학번까지는 2학년까지의 성적으로 3학년 때 선발했지만, 07학번부터는 1학년 성적으로 2학년 때 선발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그런데, 내가 교직 이수를 신청했던 2009년에 05학번 선배가 3학년으로 복학하면서 그 선배와 08학번 내 동기 두 명이 교직 이수를 하게 된 것이었다.


   이에 반발하여 나는 전공 교수님과 학과장 교수님께 항의했지만, 그 항의가 원만하게 받아들여지진 않았다. 전공 교수님은 그런 나에게 지금 휴학을 하고 내년에 복학하게 되면 내년에 2학년 신분으로 교직 이수를 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지만, 그건 내가 겪었던 일을 내년에 나의 후배한테 똑같이 겪게 하는 것이기에 그렇게는 못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대학교 입학 후 유일하게 이 학교를 다닐 수 있었던 목표이자 버팀목이 교직이수였는데, 나에게 이 학교를 다닐 수 있는 버팀목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나는 편입을 생각하고 준비하게 되었다. 전공과목 중 피아노 실기 레슨이 있었는데, 그 시간에 피아노과 강사 선생님께 작곡과 편입 시험 때 피아노 시험에서 치를 곡을 레슨 받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피아노과 선생님은 나에게 대구의 어느 음악대학을 가든 졸업 이후 행보와 방향은 거의 비슷하다며, 차라리 편입보다는 지금 이 대학교에서 내 전공인 작곡에 더 몰입해서 공부해 보는 게 어떻겠냐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 주셨다. 나는 며칠 동안의 고민 끝에 편입 생각을 접고, 작년 1학년때보다 더욱 작곡 전공에 몰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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