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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1 - 다시 만난 초등학교 6학년 담임선생님

Chapter Ⅱ 

   대학교 2학년이었던 21살의 어느 봄날, 나는 학교 수업이 끝난 후 슈퍼에서 음료수 선물 세트를 사들고 어느 초등학교로 향했다. 그 학교는 다름 아닌 나의 초등학교6학년 담임선생님이 근무하는 학교였다. 학교로 찾아가기 전, 이 선생님이 당시 어느 학교에서 근무하는지를 교육청에 전화로 먼저 문의했었다. 물론 그 선생님한테는 따로 연락을 하지 않고 그 선생님이 근무하는 학교로 찾아갔었다. 


   그 선생님이 너무 보고 싶고 너무 좋아서 음료수 선물 세트를 사들고 찾아간 건 전혀 아니었다. 음료수는 그저 빈손으로 가는 건 예의가 아니라 생각해서 산 거였고, 그 선생님을 찾아간 건 성인이 된 내가 묻고 싶은 게 있어서였다.


   학교로 도착한 후 복도에서 지나가는 선생님께 "ㅇㅇㅇ선생님 찾아왔는데 어디로 가면 될까요?"라고 말하자, 그 선생님은 ㅇ학년ㅇ반 교실로 가면 된다고 알려주셨다. 교실로 걸어가는 내 발걸음은 긴장되지도 설레지도 않았다. 그저 이건 꼭 물어보고 싶다는 일념 하나만을 품으며 한 발짝씩 걸어갔다.


   교실 앞에 도착해서 나는 노크를 하고 교실 문을 열었다. 


  나: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 ㅇㅇ초등학교 6학년 2반이었던 모진영이에요. 기억나세요?

  선생님: 응. 너무 반갑다. 당연히 기억하지. 

  나: (당연히 기억한다는 그 말을 듣고 나는 '당연히 기억해야지 기억 못 하면 안 되지'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내색하지 않고 밝게 웃어 보였다.) 선생님 저 이제 대학생이에요. 

  선생님: 벌써 그렇게 되었구나. 전공이 뭐야? 

  나: 작곡이요

  선생님: 정말? 우리 학교에 음악대학에서 작곡 전공한 선생님이 계셔. 요즘은 그렇게 안되는데 옛날에는 초등학교 교사가 많이 없어서 한동안 교육대학교가 아닌 타 대학교 졸업한 사람들도 초등학교 임용고시를 볼 수 있었어. 잠시만 기다려봐. 내가 그 선생님 데리고 올게.

  나: ('뭐지? 내가 궁금해하지도 않았는데 왜 갑자기 다른 사람 데리고 온다면서 자리를 뜨는 거지? 나는 그게 궁금하지 않은데... 내가 궁금한 건 따로 있는데... 다른 사람 오게 되면 내가 여태까지 궁금했던 거 말 못 하잖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 여기 데리고 왔어. 인사해 진영아. 너랑 같은 전공하신 선생님이야.

  나: 안녕하세요

  

   본의 아니게 작곡을 전공하신 선생님과 나 그리고 초등학교 6학년 담임 선생님 이렇게 세 명이 같이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작곡을 전공하신 선생님이 나가신 후 나는 본격적으로 내가 묻고 싶은 말을 담임선생님한테 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 순간 선생님은 갑자기 집에 전화를 해야 된다며 교실 밖 복도로 나가셨다. 다시 들어와서는 나한테 지금 갑자기 집에 가봐야 된다며 택시를 잡아주겠다고 같이 나가자 하셨다. 나는 택시는 괜찮다 했고 혼자 알아서 가겠다 했지만, 그 선생님은 기어이 콜택시까지 불러서는 나를 택시에 태우셨다. 결국 나는 그 선생님한테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을 할 수 없었다. 


   "선생님, 제가 6학년이었을 때 같은 반 애들이 저 괴롭히고 놀리고 때렸던 거 다 보셨잖아요. 다 아셨잖아요. 그리고 2학기에는 저희 엄마도 학교에 가서 선생님한테 애들이 진영이 괴롭힌다고 이야기했는데, 왜 그 이후에도 선생님은 애들 안 말리셨어요? 왜 그러셨어요? 그때는 너무 어려서 몰랐는데, 성인이 되고 6학년때가 생각날 때마다 제일 이해가 안 됐던 게 선생님이었어요. 왜 그러신 거예요?" 


   이렇게 말하고 싶었는데, 대학교 2학년이었던 21살의 나는 그 말을 하지 못했다. 한동안 그 말을 하지 못한 게 억울하고 분했지만, 시간이 흘러 내 나이 서른이 넘으면서는 그 말을 하지 못한 것에 더 이상 분하거나 억울하진 않다. 그저 "나는 절대 그 선생님처럼 방관하지 않겠다!!"라고 생각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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