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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또 다른 늪

Chapter Ⅲ 

   대학원 입학시험은 성공적이었고 우수 장학생으로 입학하게 되었지만, 대학원 입학시험을 준비하던 2012년 11월 즈음부터는 제일 친한 친구의 눈을 나도 모르게 피하기 시작했다. 그 친구가 가끔씩 내가 공부하는 독서실 건물 1층으로 찾아올 때면 나도 잠시 쉴 겸 근처 카페에 가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때 내가 그 친구의 눈을 쳐다볼 수 없었다. 계속 그 친구의 눈보다는 테이블이나 다른 곳을 쳐다보면서 이야기했고, 나 스스로 이런 현상이 굉장히 낯설고 한편으로 두려웠다. 이 현상은 그 친구를 시작으로 해서 마트에 뭘 사러 갔을 때 계산하는 점원에게까지 이어졌고, 시험 준비를 하던 나로서는 일단 이 시험을 다 치르고 나서 눈을 피하는 현상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려고 했다. 그때의 나는 사람들의 눈을 피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면 나도 모르게 손에 땀이 나고 긴장이 되는 현상을 애써 피하고 싶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이 현상이 사라지길 바라며 나 혼자만의 긴장의 연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냈고, 그렇게 2013년에 대학원생이 되었다.

 

   기대하던 대학원 입학 후 첫 수업 시간 강의실로 들어섰다. 대학교 입시 레슨을 같이 받던 친구는 이 대학원에 일 년 먼저 입학해서 음악과 조교를 하고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그 친구를 마주치면 인사했지만, 그 친구는 나의 인사를 받지 않고 모른 척 돌아섰다. 학부 입시 레슨을 받던 시절에도 그 친구는 어느 순간부터 나에게 대면대면했고, 같이 레슨 받는 다른 친구들은 그 친구에게 진영이한테 왜 그러냐며 핀잔을 줬지만, 그 친구는 여전히 대면대면 하다가 어느 순간 본인이 나에게 했던 행동들이 기억나지 않는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친근하게 대했다. 그런데, 대학원에서도 그 친구가 나에게 학부 입시 레슨을 받을 때처럼 나를 아예 투명인간 취급하는 모습을 보면서 얘는 변한 게 없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은 대학원 학생증을 받으러 과사무실로 가서 학생증 받으러 왔다고 하니 이 친구는 나에게 학생증을 줄 때 내 얼굴을 쳐다보지 않으려고 책상 밑에 고개를 숙이고 팔만 뻗어서 학생증을 줬다. 그때 나는 정말 멸시받는 느낌이 들었다. 굉장히 기분이 나빴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과 사무실에서 나왔다. 


   다른 대학원 동기들은 학부 때부터 가깝게 지낸 친구들끼리 집단 무리가 형성되어 있었고, 내가 그 무리를 뚫고 들어가기란 역부족이었다. 나는 계속 혼자서 학교를 다니는 게 굉장히 외로웠고, 초등학교 6학년 때 따돌림 당했던 느낌이 대학원을 다니면서 다시 내 몸과 정신을 에워쌌다. 그 느낌으로부터 끊임없이 탈출해 보려고 힘썼지만, 혼자서는 역부족이었다. 나는 점점 위축된 자아로 장학생으로 입학한 영광은 온데간데없이 하루하루 도살장에 끌려가는 느낌으로 대학원 수업에 참석했다. 


   그때부터 나의 이명은 시작되었다. 여느 때처럼 긴 책상에 혼자 앉아서 수업을 듣고 있는데, 굉장히 날카롭고 시끄러운 ‘삐’ 소리가 내 귀를 때렸다. 이렇게 시끄러운데 왜 아무도 이 소리에 대해서 말이 없는 걸까 의문을 가지다 이내 깨닫게 되었다. 나한테만 들리는 이명이라는 것을. 그럴 때마다 나는 스스로 위로하며 대학원 생활을 이어 나갔다. 

‘6학년 때는 놀림당하고 맞았는데 지금은 나를 놀리지도 때리지도 않잖아. 그럼 괜찮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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