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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초등학교로

Chapter Ⅲ 

   작곡과 2년 선배의 소개로 초등학교 방과후 피아노 수업을 하게 되었다. 학교랑 직접 계약한 게 아니라, 피아노 방과후 수업의 사업을 운영하는 곳에 내가 직원으로 들어가게 된 셈이었고, 업체 사장과 나는 수업 일주일 전쯤 카페에서 처음 만나게 되었다. 


   내가 먼저 그 카페에 도착해서 커피를 하나 먼저 주문하고 사장을 기다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장은 내 앞자리로 와서 앉았다. 나한테 커피를 주문했냐고 묻자 주문했다고 말하니 본인에게 주문한 영수증을 달라고 했다. 내가 커피를 주문했으니 본인은 커피를 주문 안 해도 되겠다며 내가 주문한 커피 영수증을 받으면서 이걸로 주차비 정산하면 되겠다고 말하길래 첫 만남이라도 그다지 좋은 느낌은 들지 않았다. 


   나한테 방과후 수업을 소개해 준 선배도 이 업체 사장이 계약한 또 다른 초등학교의 방과후 피아노 수업을 한다고 나에게 말해 주었다. 월급으로 이야기가 넘어갔는데, 하루에 5시간씩 수업하고 한 달에 65만 원이라고 들었다. 너무 적다고 생각 들어서 조금 더 올려달라고 이야기했지만, 사장은 다른 피아노 학원에 가도 이 정도 받는다고 했다. 학생들이 방과후 수업 신청을 더 많이 하게 되면 월급을 올려 주겠다길래 나는 조금은 찝찝했지만, 그 말에 결국 동의했다.

 

   집에서 초등학교까지 두 번 환승해야 하고, 편도로 한 시간 삼십 분 걸렸지만, 열심히 해 보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나의 노력과는 다르게 개인 레슨만 해 봤고 피아노 학원에서 일 해 본 경험은 없었던 나는 학생들이 순간 이삼십 명 몰려올 때 어떻게 대처해야 되는지 막막했다. 그리고 대학교 졸업 전부터 발현되었던 사람이 무서워서 눈을 피하는 행동이 방과후 수업을 할 때 학생들에게도 나오게 될 때는 더욱 스스로가 작아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디론가 숨고 싶었다. 그럴 때면 눈을 뜨고 어디를 응시해야 나의 한없이 작아진 모습을 들키지 않을까 찾고 있었다. 


   두 달여간 시간이 지날 때까지 나의 작아진 모습을 방과후 수업할 때 들키지 않기 위해서 고군분투했고, 그 와중에도 정말 최선을 다해서 수업에 임했다. 나의 진심이 통한건지 다음 분기 때 학생들이 십여 명 더 신청해서 피아노 방과후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칠십 명을 넘어섰다. 피아노 레슨뿐만 아니라 매달 출석, 정산 등의 부수적인 일이 더 있었고, 이를 지켜봤던 학교 방과후 담당 실무원이 나에게 월급을 물어봤다. 그래서 내가 한 달에 65만 원을 받는다고 하자, 실무원은 놀라면서 이렇게 학생이 많고 하는 일이 많은데 월급이 최저임금과 얼마 차이 나지 않는 것은 너무 가혹한 것 같다며 사장에게 월급을 더 올려달라는 요청을 해 보라고 언질을 줬다. 


   얼마 후 일과 관련되어 사장과 통화를 하다가 월급 이야기를 꺼내니 사장은 전화상으로도 그다지 달갑지 않은 티를 냈지만, 나는 그것에 굴하지 않고 계속된 주장을 하자 사장이 본색을 드러냈다. 사실 학부모들이 학교에 피아노선생님이 좀 이상하다 장애가 있는 것 같다는 민원을 제기했음에도 그 말을 나에게 전달하지 않았는데 거기다 월급까지 올려다라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그 말을 들은 나는 "학생도 더 많이 늘었고, 제가 도레미를 미파솔이라고 가르친 건 아니잖아요"라고 반박하자 사장은 한 발 물러서서 수지타산 이야기를 하며 월급 5만 원을 더 올려주겠다고 했다. 5만 원... 왠지 모를 씁쓸함이 밀려왔다. 그렇게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면서 나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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