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가지 재주 가진 사람이 끼니걱정 한다?
나는 어릴 적부터 재주가 없는 것이 고민이었다. 뭐가 됐든 잘하는 거 한 가지 정도는 있었으면 했는데 그런 것이 없었다. 그럴 때마다 엄마에게 물었다."나는 왜 재주가 하나도 없어?"그러면 엄마는 "무재주가 상팔자야!"이런 말도 안 되는 대답을 하곤 했었다. 그리고는 "니 작은삼촌 봐. 그렇게 재주가 많은데 가난하게 사는 거"
작은삼촌, 즉 엄마의 작은오빠, 내 아들에게는 돼지방 할아버지로 기억되는 분이다. 아들 어릴 적 친정에 가면 언제나 동네 돼지방 이란 고깃집에서 작은삼촌은 항상 거나하게 취해있었다. 아들기억에는 그렇게 취한 돼지방 할아버지로만 기억되었을 것이다. 엄마말처럼 작은삼촌은 재주가 많았다. 못 고치는 물건이 없고 집수리까지도 웬만한 건 다 할 수 있는 정도였다. 엄마와 유난히 사이가 좋았던 삼촌은 엄마의 부탁은 다 들어주셨고 그런 오빠가 있는 엄마가 가끔은 부러웠다. 재주가 많은데 왜 가난하지? 알 수 없는 논리였다. 엄마의 모든 부탁을 다 들어주시는 삼촌의 조건은 딱 하나. 술이면 충분했다. 엄마가 내오는 소박한 술상. 덕분에 우리 자매들은 술심부름을 꽤나 했었다. 삼촌은 방랑벽도 있어서 젊을 때는 집안일을 나 몰라라 하고 떠돌아다니신 적도 많았다. 그 때문에 가장노릇을 하지 못해 식구들에게 원망도 많이 샀지만, 내가 생각하는 삼촌은 낭만이 있고 정이 그리운 사람이었던 것 같았다. 조카인 나에게 다정하지도 않았고 말수가 적으신 데다 술에 취해계신 적이 많아 삼촌과 대화를 나눈 기억은 별로 없다. 나 역시 말수 없기로는 적수가 없었으니 더욱 그랬다. 그런 삼촌은 몇 달 전 요양병원에서 긴 시간 투병을 하시다 하늘로 떠나셨다. 재능을 가진 자가 나는 부럽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무색, 무취의 아무런 특징도 재능도 없었던 나는 첫사랑을 배제시킨 서예를 하게 되면서 나를 찾게 되었다.
천재성을 가진 사람들을 제외하고 무언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것이 곧, 재능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것은 할 수 있다는 것이고 할 수 있다는 것은 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내가 그렇다.
붓글씨를 쓰고 싶었고, 그래서 배웠고 배움이 쌓이다 보니 잘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 누군가가 내게 가진 재능이 무엇인지를 묻는다면 "붓글씨"라고 대답할 수 있다. 나의 재능을 찾기 위해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난 가끔 신이 내게 기회를 주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가진 재능이 없었지만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해 왔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잘하는 일이 없다고 생각될 때 나 자신에게 묻는다. 진정 원하는 게 없는 것인지를.. 분명 있다. 그것의 시작이 두려울 뿐.. 그 두려움을 안고 나의 재능 발굴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