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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투왈 Sep 01. 2024

밤마실

추억의 영화

모처럼 밤마실을 나갔다.

어머니가 분가하신 후에는 밤외출을 거의 안 했다.

저녁때 데이케이 센터에서 돌아오시면 저녁약을 드리고

양치를 한 번 더 해드린다.

침대에 누우시면 거의 아침까지 깨지 않고 주무신다.

와이프는 먼저 집으로 가고

그래도 나는 불안하니 밤늦게 까지 있다가 집으로 돌아간다.


H가 친구들이 모여 있는 식당을 알려주었다.

집에서 입는 운동복 바람으로 나갔다.

늦은 시간이라 몇몇은 횟집에서 귀가했고

H, M과 셋이 LP 바에 갔다.

맥주를 마시며 노래를 신청하는 곳이다.


나이들을 먹어서 인지 옛날 얘기를 많이 한다.

M이 추억의 '첨밀밀' 본 얘기를 한다.

같은 영화인데 요즘 다시 보니 전에 몰랐던 내용을

알게 되고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되고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나이를 먹어서일까? 연륜이 쌓여서일까?

가는 청춘이 아쉬워서일까?

H도 그 말에 맞장구친다.


나는 그 영화를 보지 못했다. 들어만 봤다.

나에게 그런 영화는 "냉정과 열정 사이"라고 했다.

헤어진 남녀가 재회하는 스토리가 비슷할 거 같았다.

'첨밀밀'이 궁금해졌다. 집에 가서 봤다.

'냉정과 열정사이'도 희미한 기억을 되살리려 다시 봤다.



<첨밀밀>


1986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기 직전,

소군과 이교는 새로운 세상 홍콩에서 만난 사이다.


두 남녀는 사랑이 싹트기 시작했지만 소군은 약혼녀가 있었다.

이교는 모든 걸 버리고 자신을 도와준 남자를 따라 대만으로 도망갔다.


한편, 소군의 아내는

소군과 이교 사이를 알게 되었고 소군을 떠났다.

소군은 뉴욕으로 가서 식당에서 새 출발을 시작했다.


이교와 조폭남자도 대만을 거쳐 뉴욕으로 도망갔다.

조폭남자는 뉴욕 어린 양야치들에게 총에 맞아 죽게 되었다.


그때 등려군의 사망 소식이

거리의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왔다.

길을 가던 두 사람은 우연히 같은 전파상 앞에서

그 뉴스를 보며 나란히 서있게 되었다.


먼 길을 돌고 돌아 10년 만에 재회한 두 남녀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인생은 영화 같다. 우리 모두 자기 삶의 주인공이다.

다른 영화에도 출연하지만 조연에 불과하다."



<냉정과 열정사이 >


아빠의 나라 일본에 유학온 아오이,

그런 아오이를 사랑하게 된 준세이

두 남녀는 서로 사랑하지만

준세이 아버지의 반대와 서로 오해해 결국 헤어진다.


아오이는 어릴 때,

"피렌체 두오모는 연인들의 성지이고,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장소"라고 준세이에게 말한다.

그러면서 자기 서른 살 생일날

피렌체 두오모에 같이 가 달라고 말한다.

준세이는 약속했다.


영화는 1990-2001년

준세이와 아오이의 길고 끈질긴

냉정과 열정 사이를 다룬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미술과 빛은

영화를 보는 내내 복선을 깔고 있다.

그중 보라색은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는 듯,

준세이의 방, 아이오의 가방과 우산, 인테리어,

보라색 아이리스 꽃등 곳곳에 등장하는 보라색은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사랑을 잘 표현해 준다.


연인들을 위한 성지

Etenal Love 불멸의 사랑.

피렌체 두오모는 꽃의 성모 마리아란 뜻이다.


아버지를 여읜 아오이.

어머니를 여읜 준세이.

서로의 결핍은 둘을 맺게 하는 이유가 되고,

마리아와 예수의 관계처럼


준세이와 아오이도

불가분의 관계로서

서로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모처럼

옛 추억도 소환하고

한동안 마음이 촉촉해졌다.


"다시 돌아가 맞는 최고의 날이 우리가 무심코 지나가 버리는 일상"


(영화 About time에서)



오늘이 특별한 날임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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