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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투왈 Sep 02. 2024

눈 내리던 날

엄마

세상에서 태어나 가장 먼저 본 사람,

가장 먼저 배운 말 “엄마”를 이제 곁에서 떠나보내드려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


매일 아침식사와 인슐린 주사, 약은 아내가 챙겨드린다.

옆에서 지켜보아야 식사가 가능하시다. 벌써 1년도 넘은 것 같다.


얼굴표정은 1년 전과 지금이 너무 차이가 난다. 코로나 시기 외부 출입을 못하시면서 눈에 띄게  안 좋아지셨다.



나는 양치와 산책 담당이다.

옷을 갈아입고 잠시 좋아하시는 유튜브 채널을 보여드린다.

고향인 강원도 정선을 소개하는 프로를 가장 좋아하신다.

꿈에서도 가 보고 싶으신 그곳이지만 지금은 장거리 여행이 가능하실지 염려되어 못하고 있다.


영하의 추운 겨울이지만 매일 간절한 마음으로 아침 산책을 해드린다.

지금은 매일 데이케어센터를 가시지만 요양원에 모셔야 할 날이 다가오는 것 같다.


이 날도 여느 때처럼 어머니를 보내드리고 집에 돌아오니 창 밖은 온통 새하얗게 변해 있었다.

강원도 정선도 눈이 참 많이 내리는 첩첩산중의 오지다.

성인이 돼서는 거의 울어본 적이 없었다. 지금 내리는 눈이 마치 내 눈물처럼 내리고 있었다.

지금은 인생의 가장 힘든 시기 중 하나를 보내고 있다.


당시 나는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라는 책을 읽고 있었다.

형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가장 경이로운 세계 속으로 숨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그 책의 이런 구절이 생각난다.

“내가 날마다 말없이 뭔가를 지켜보기만 하는 상태를 그토록 오래 유지할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 아마 그것은 커다란 슬픔이 가진 힘을 잘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곧 어머니를 곁에서 떠나보내드려야 하는 나는 순백의 고요한 세상 속으로 떠나 버리고 싶은 날이었다.

하염없이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그 속에서 한참을 우두커니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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