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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투왈 Sep 04. 2024

백만 년의 여행

동해바다


3월 중순, 
양양으로 출발했다.


허리 디스크 때문에 

운전은 항상
아내의 몫이다.


나는 시트를 뒤로 젖히고
거의 누워서 갔다.
코를 골면서 잠 � 이 들었다.


강원도에 접어들자 산허리 위로

설경이 아름다웠다.


양양 해변에 도착했다.
눈부신 햇살과 푸른 바다,
멀리 수평선은 육지보다 높아 보였다.


설경이 장관인 雪嶽山에 봄은 아직 오지 못했다.
영화 <고래사냥>이 생각났다.


꿈에 그리던 바다를 보자 기뻐하던
안성기, 이미숙, 김수철의 모습이



김훈은 <자전거 여행>에서

"내 조국 서해는 어떠한 바다인가. 서해는 조국의 여성성이다. 달에 이끌리는 서해는 발해만 깊숙이까지 가득 차 올라 한반도 서쪽 연안에 넘친다. 그때 연안은 부풀어 오르고 서해에 닿은 모든 강들의 숨결은 낮아져서 강은 바다를 내륙 깊숙이 받는다. 새 떼들이 앉을 곳을 찾아 갯벌 쪽으로 날아올 때 밀물의 끝자락에 실리는 낡은 어선 몇 척이 포구로 돌아온다."라고 했다.
- 만경강에서(옥구 염전에서 심포리까지)

동해는 남자의 바다다.

 




인적이 없는 해변의 백사장은
2012년 골드코스트 해변을 하염없이 걸었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중학생이던 둘째 아이, 아내와 말없이 걸었던 곳.
둘째 아이는 어느 날 반삭 머리로 집에 돌아왔다. 가슴이 철렁했다. 아무런 말도 물어볼 수 없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 번도 물어본 적은 없었다.



숙소는 제주도의 외딴 마을에 지어진 듯 보였다.
도시와 동떨어져 있어 밤하늘의 별이라도 보일 듯한 적막 했다.


씨네 빔프로젝트로 음악을 들었다.
아내는 히사이시 조,  BTS 뷔, 악뮤 fry 주로 들었고
나는 7080 콘서트에서 강석우의 release me, 유재하, out of Africa를 들었다.
음악 취향이 다른 걸 알게 되었다.


나는 '뜨거운 싱어즈'에 나오는 '바람의 노래'를 따라 불렀고

아내는 내가 어디서 음정이 틀리는지 계속 알려 주었다.
아이스 와인에 취해 밤하늘의 별을 못 보고 아쉽게 잠들었다.

다음 날 아침 급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강릉의 솔올 미술관을 찾았다.
지날 달 오픈, 루치오 폰타나와 곽인식 개관전을 하고 있었다.
미술관도 훌륭하고 주변 산책코스도 좋았다















아직 못 가본

테라로사 커피공장에 갔다.
솔올 미술관과 테라로사 본사 모두
각각 하루 종일 있어서 아깝지 않을
감성이 샘솟는 공간이었다.

다음으로 간 정동진역.
아내는 50, 55회 생일날 이곳에
혼자 왔었다고 한다.
앞으론 나도 시간이 많으니
같이 오자고 했다.
아내는 강릉에서 태어났고
양양초등학교 1학년까지 다니다
서울로 이사를 왔다.
 
은퇴자이기에 가능한 특권을 누린
평일 여행,
돈도 많이 들지 않는 여행,
몸만 아프지 않길 기도하며 다음 여행을
또 기약해 본다.

그렇게 그렇게 세월은 또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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