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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투왈 Sep 07. 2024

갤러리 단상

제2의 쿠사마를 꿈꾸는 이들을 응원하며


비 오는 금요일 오후 삼성역으로 갔다. 한 낮인데도 날씨가 제법 시원하고 선선한 바람이 느껴졌다. 올해도 프리즈, 키아프에는 가지 않기로 했다. 너무 많은, 훌륭한 작품들을 한꺼번에 내 역량이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대신 주변에 있는 작은 갤러리를 찾기로 했다. 편안하게, 내가 소화할 수 있는 만큼만 천천히, 여유 있게 관람하면 맘이 더 편할 거란 생각도 있었다.

무작정 네이버 지도를 검색했고, 가까운 갤러리 한 곳을 찾았다. "혹시, 5시에 예약하신 분인가요?" "아니요, 지나가다가 눈에 띄어 들어왔는데요" "아 네 잘 오셨어요!"라며 갤러리 관장이 친절하게 작품 설명을 해주었다. 




이 작품은 이번 파리 패럴림픽을 계기로 기획된 것이라고 한다. 7명의 작가가 참가했는데 이중 6명이 자폐증이 있단다. "요즘 한 집 걸러 자폐아가 있을 정도로 많아요, 그런데 놀랍게도 이들의 집중력은 대단합니다. 그리고 이들은 제2의 쿠사마 야요이를 꿈꾸고 있답니다."라는 관장의 설명이 이어졌다. 아닌 게 아니라 요즘 아이들은 인터넷 세상에서 태어나 자라서 그런지 오프라인 보다 온라인이 편하고 대면 접촉을 꺼려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아이들이 자기 방안에 들어가면 잘 안 나오고, 다들 집집마다 비슷한 상황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 




https://youtu.be/fiJDtI6pYbc?si=24zhhlW_XlDf4uge



집에 돌아와 갤러리 홈페이지를 검색했다. 참여했던 작가들의 소개와 인터뷰 영상을 찾아봤다. 대단한 정열과 실력이라고 생각했다. 한편으로 가슴이 찡해지는 감동이 밀려왔다. 누구나 저마다의 결핍을 가지고 있는데, 그 결핍을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킨 이들이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같은 갤러리의 다른 전시, AI 작품들



비록 키아프, 프리즈에는 못 갔지만 마음만은 더 따뜻했다. 사실, 유명한 작가의 유명한 작품들은 다른 기회에도 천천히 감상할 기회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자칭 사진작가 랍시고 폼만 잡고 제대로 작업도 못하고 있는 나를 다시 되돌아본 계기도 되었다. 

자폐는 병이 아닌, 표현 방식이 다른 것뿐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며. 이 어린 작가들의 희망찬 미래를 응원하는 의미 있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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