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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투왈 Sep 02. 2024

낯선 곳으로의 여행

창신동

여러분은 서울 어디까지 가보셨나요?

동대문에서 북쪽을 따라 올라가면 서울 성곽을 만날 수 있다.

옛날 따뜻한 봄 날이면 점심을 먹고 이화벽화마을 지나
낙산 공원까지 산책을 하곤 했다.


그곳에 올라가면 서울 성곽길이 나온다.
성곽 아래가 한양도성 밖,
성곽의 틈 너머
사람이 과연 사는 곳인지
미지의 세계처럼 보이는 곳이었다.

몇 년 전 아는 사진작가 분이
밤의 집 사진을 포스팅했었다.
"여기가 어딘가요?"라고 물어보니,
이런 건 물어보면 실례라며 창신동이라

알려 주셨다.


2년 전쯤 서울역사문화탐방 모임에 가입했다.
서울 시내 구석구석 오래된 동네를 다니면서
해설을 해주는 모임이다.
이 모임에 참가한 적은 없었지만 창신동을 가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미지의 낯선 곳, 창신동이 나를 불렀다.




동대문역 3번 출구에서 3시에 모이기로 했다.

몇몇 친구들은 벌써 와서 기다리고 있다.


오기로 한 친구들 중 3명이 못 왔다.
한 명은 아버님이 아프시고 한 명은 어머님이 편찮으시고 한 명은 본인이 다리가 저리다고 했다.

어머님이 편찮으신 친구가 하는 말,
"이제 우리가 그럴 나이가 되어 불렀다."


"지금 청량리역이다"라고 카톡을 보냈던 친구가
지하철 계단을 씩씩하게 걸어 올라오고 있었다.
언제 봐도 반가운 전직 영어교사 L이였다.


이제 거의 다들 도착했다.
걸어서 첫 포인트인 법왕사를 거쳐 안양암으로 향했다.
한 친구가 "막다른 골목, 막다른 골목 반대편" 같은 재미난 이정표를 발견했다. 소녀 감성의 친구였다.   


"시야게", "큐큐"라는 일본말이 아직도 즐비했다.
시야게는 마무리라고 옆에서 알려주었다.
만물박사 친구였다.

일제의 채석노역장 현장이 남아 있는
안양암에 도착했다.
자연인지 인공인지 모를 동굴이 남아 있었다.
"한 번 들어가 봐~나는 들어가 봤어"라고 내가 말하니
"혼자는 못 들어갔지?" 되물어
"아니 난 혼자 들어갔어" 라며 호기를 부렸다.
사실 혼자는 가기 무서운 동굴이다.

안양암을 지나자 길 양 옆으로 4층 정도의 연립주택이 줄지어 서있다.

마침 지금 읽고 있는 "나는 고발한다"의 저자 에밀졸라의 <목로주점>이 오버랩되었다.


목로주점은 19c 노동자 계급의 비참한 인생을 묘사한 소설이다.
"비좁은 집들의 세간이 바깥으로 비집고 나와 있어 열려 있는 모든 틈으로 빈곤의 흔적이 엿보였다.  입구에는 석회 벽에 문틀조차 없는 좁다란 높은 문이 붙어 있었다." 소설의 한 구절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그래도 벽화는 아름다웠다.

비좁은 계단을 통해 위로 올라가니 전망대가 나왔다.

성안에서 성밖을 보았던 그 성곽 돌담이 보였다.
깎아지른 절벽 위에 위태로워 보이는 집들도 보였다.


그 많던 돌들이 깨어져 일제의

조선총독부와 경성역, 조선은행 본지점 건물이 되었다.
역사의 아픔이 남아 있었다.

절벽마을 전망대 옆에
자작나무가 눈부시게 아름답게 보였다.
절벽마을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낯선 숙소




식사를 하고 카페로 이동했다.

해가 넘어갈 듯 말 듯 아슬아슬한 순간이었다




마법 같은 사진이 나온다는 매직아워 인대

카페 안이라 마음 놓고 촬영은 힘들었다.


우리들 빼고는 전부 다 20대 커플들로 보였다.
"나중에 애인 생기면 같이 와야지" 한 친구가 말했다.


이런 상황을 뭐라고 하던데 까먹었다.
점점 노인 말투가 되면 안 되는데
"저 친구들이 우리를 뭐라고 생각할까?"

H가 궁금해했다.


내가 "우리가 스따일이 괜찮아서 그렇게 이상해 보이진 않을 거야,
얼굴만 가리면 잘 모르잖아" 스스로 위로해 주었다.


어두운 밤길을 내려왔다.

돌고 돌아 내려가는 회오리길을 만났다.
가로등이 어둠에 파묻혔다.


"연인들이 데이트하기 좋은 곳이네 ~
H가 말했다.
나는 장만옥이 나오는 <화양연화>가 생각났다.


꼬흘리게 시절 70년대 서울 같은 곳,
제르베제가 살던 파리의 아파트 같은 곳,
시간과 공간을 넘나 드는 여행

낯선 곳에서의 하루,
우리 뇌는 새로운 자극을 느끼면 행복해한단다.
하루에 한 달만큼 새로운 경험을 한 행복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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