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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 작가 Oct 22. 2023

머물지 않는 계절, 머무는 사람들

화담숲으로 향하는 이른 아침 만난 하늘은 구름이 가득입니다. 멀리 회색 하늘 사이로 올라오는 붉은 기운은 곧 날이 개일 것만 같았지만, 꽉 막힌 도로를 뚫고 달리기 시작하자, 하늘도 기다렸다는 듯 굵은 빗줄기를 쏟아내기 시작합니다. 기상예보에서 9시에 그친다고 하니 기대를 해보지만 꺾일 기세가 아닙니다. 차 안에 앉아서 한 시간 정도를 보냅니다. 9시가 되자 거짓말처럼 비가 그칩니다. 기상청에 무한한 신뢰를 보내며 입장까지는 한 시간, 모두 카메라를 들고 차 밖으로 나섭니다.

공항 보안대를 통과하듯, 기분 안 좋아지는 가방 검색까지 끝내고 화담숲에 입장합니다. 화담숲의 가을은 아직 초입에 머물러 있습니다. 여기저기 둘러 보니 그나마 입구에는 가을이 잠시 내려 앉아 있습니다.

모노레일을 타러 이동하는 중간에 보이는 화담숲의 가을은 아직입니다. 간간히 내려 오는 빛이 상큼함을 더합니다.

길게 늘어 선 줄을 따라 모노레일을 기다린지 30분 여, 안내 방송이 나옵니다. 전기 계통 이상으로 2시간 정도 운행이 중단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장비를 챙기고 갈지자로 만들어진 숲속 나무데크를 따라 산을 오릅니다. 공기도 좋고 약간은 서늘한 바람이 가슴 깊숙히 시원함을 안깁니다.

이른 시간에도 이 가을의 여유로움을 즐기려고 머무른 사람들이 보입니다.

할아버지의 수염을 닮은 듯한 바위 그림자는 숲의 여유로움을 깨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달갑지 않은 표정입니다.

계곡을 따라 흐르던 물이 멈춘 곳에는 가을이 떠 다니고 있습니다.

아직 가을이 깊게 물들지는 않았지만, 여름의 진한 녹색이 사라진 숲은 상쾌함을 가져다 줍니다. 발을 담글 수 있는 공간들도 만들어져 있고, 여기저기 물이 있는 곳이면 쉴 수 있도록 해놨습니다.

화담숲의 계절은 가을의 초입에서 머물러 있습니다. 이 가을이 깊어지려면 11월 중순 쯤 돼야 할 듯 합니다. 세 시간을 걸어 돌아 온 화담숲과, 가을을 즐기려 머문 사람들을 뒤로 하고 우리도 배고픔을 해결하려고 화담숲을 떠납니다. 가을을 많이 담지는 못했지만 시원한 바람과 맑은 공기를 가득 담고 돌아가는 길은 기분이 좋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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