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을 걷다

by 채 수창

책상 앞에만 앉아 모니터만 보고 있으니 몸이 찌뿌둥합니다. 싫다는 딸을, 맛있는 거 사주겠다고 살살 꼬셔서 억지로 구도심으로 향합니다. 옆에서 딸은 연신 '왜 여기까지 와야 하냐고' 투덜투덜 불만이 많습니다. 바람도 선선하고 하늘은 한없이 맑은 걸 보니 가을이 완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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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뜬금없이 건물과 전혀 어울리지 않게 채색된 벽이 보입니다. 강렬한 정오 햇살에 색이 아주 곱다는 생각을 합니다. 채색이 된지 오래되지 않아서 아직까지는 원래의 색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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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햇살에 줄줄이 내걸린 빨래들도 보입니다. 얼핏 보면 노점에서 옷을 파는 듯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습니다. 가족 구성원 중에 군인이라도 있는 것인지, 밀리터리 룩을 선호하는 사람인지 군복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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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하지 않았겠지만 서로 다른 건물의 벽과 창살이 비슷한 색으로 칠해져 있습니다. 가을 볕은 다양한 그림자를 벽에 드리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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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건물은 지나칠 때 마다 다양한 느낌의 색을 보여줍니다. 아이들이 주인공인 공간이어서인지 원색이 강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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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쉬는 날인, 구도심의 카페도 원색이 강렬합니다. 칙칙함 속에서 화사함을 보이는 카페 건물에도 가을 햇살은 강하게 내려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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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까스와 매운 떡볶이를 사줬더니 조금 기분이 풀린 딸이 앞에 보이는 성당 건물을 궁금해 합니다. 성공회 성당이 왜 한옥 형태인지, 성공회가 왜 정통 가톨릭에서 분리되어 생기게 됐는지 장황하게 설명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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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을 오르는 사람들이 쉬어 갈 수 있도록 배려를 한 카페 사장님의 마음이 느껴지는 노란 의자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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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 햇살이 가득한 가을 구도심은 다양한 색으로 우리 부녀를 반깁니다. 스타벅스와 메가커피를 뒤로하고 투썸을 찾던 저희는 이디야로 들어갑니다. 시원한 음료가 갈증을 사그라들게 합니다. 참 맑고 화사한 가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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