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 작가 Oct 22. 2023

골목을 걷다

책상 앞에만 앉아 모니터만 보고 있으니 몸이 찌뿌둥합니다. 싫다는 딸을, 맛있는 거 사주겠다고 살살 꼬셔서 억지로 구도심으로 향합니다. 옆에서 딸은 연신 '왜 여기까지 와야 하냐고' 투덜투덜 불만이 많습니다. 바람도 선선하고 하늘은 한없이 맑은 걸 보니 가을이 완연합니다.

참 뜬금없이 건물과 전혀 어울리지 않게 채색된 벽이 보입니다. 강렬한 정오 햇살에 색이 아주 곱다는 생각을 합니다. 채색이 된지 오래되지 않아서 아직까지는 원래의 색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가을 햇살에 줄줄이 내걸린 빨래들도 보입니다. 얼핏 보면 노점에서 옷을 파는 듯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습니다. 가족 구성원 중에 군인이라도 있는 것인지, 밀리터리 룩을 선호하는 사람인지 군복도 보입니다.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서로 다른 건물의 벽과 창살이 비슷한 색으로 칠해져 있습니다. 가을 볕은 다양한 그림자를 벽에 드리웁니다.

이 건물은 지나칠 때 마다 다양한 느낌의 색을 보여줍니다. 아이들이 주인공인 공간이어서인지 원색이 강렬합니다.

오늘은 쉬는 날인, 구도심의 카페도 원색이 강렬합니다. 칙칙함 속에서 화사함을 보이는 카페 건물에도 가을 햇살은 강하게 내려오고 있습니다.

돈까스와 매운 떡볶이를 사줬더니 조금 기분이 풀린 딸이 앞에 보이는 성당 건물을 궁금해 합니다. 성공회 성당이 왜 한옥 형태인지, 성공회가 왜 정통 가톨릭에서 분리되어 생기게 됐는지 장황하게 설명해 줍니다.

공원을 오르는 사람들이 쉬어 갈 수 있도록 배려를 한 카페 사장님의 마음이 느껴지는 노란 의자가 보입니다.

정오 햇살이 가득한 가을 구도심은 다양한 색으로 우리 부녀를 반깁니다. 스타벅스와 메가커피를 뒤로하고 투썸을 찾던 저희는 이디야로 들어갑니다. 시원한 음료가 갈증을 사그라들게 합니다. 참 맑고 화사한 가을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머물지 않는 계절, 머무는 사람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