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엄지왕자 aka C FLOW Sep 03. 2016

예의없는 관심을 향한 저항

일상의 축소판 : 지하철

"오늘도 지하철을 타지 이름없는 얼굴들이 지나쳐간 사이 돌아보면 그들은 내 얼굴을 하고 있거든 그래서 오늘도 지하철 타지"

by jerry.k in soulcompany


오랜만에 지하철을 탔다.

하철을 타면, 시선이 가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아름다운 여자나 멋진 남자에게 가는 시선있지만 나와 다른 생김새로 받는 시선도 있다..난 후자에 속한다.


전동휠체어에 앉은 나는 척추 측만으로 늘 무릎꿇고 앉아있어 다리가 있음에도 종종 다리까지 없는 절단 장애인으로 본다.


아들을 휠체어에 태우고 다닐때면 그 시선은 더욱 뜨겁게 느껴진다. 오늘도 한 중년 남자가 나를 힐끔 힐끔 쳐다봤다..


평소라면 무시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오늘은 실험 삼아 나도 그 분의 눈을 맞추고 눈썹을 찡그리며 메세지를 보냈다. 난 그 남자의 시선을 읽을 수 있다. 아마도


"네 휠체어는 신기해 보이네 ", "그리고 나랑 다르다"

-날 쳐다보지 마세요"


"그래도 자꾸 보고 싶은걸 어쩌냐"

-"싫어요. 쳐다보지 마세요"


일명 '눈짓대화'라고 이름 붙이면 터무니없는 걸까...내가 너무 깊은 공상에 빠진 거라 생각도 했지만 그 상만큼은 거기에만 꽂혔다...

일종의 동물적 감각이다.


나는 그 사람 정면으로 다가갔다.


내가 오자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날 본게 아닌것처럼 딴 짓을 한다.


그러더니  내게 "왜?" 라고 묻는다.


"자꾸 왜 쳐다 보시는데요?"

-"네 휠체어 봤어"


그 사람과의 대화는 이미 다른 사람들에게 집중받기 충분했다.


사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런 시선들은 나의 외출, 공공장소, 특정 사람들과의 모임에서도 다르지 않다.


오늘날 대학을 나온 지성이라면 잠깐 나를 보더라도 다시 고개를 돌리기 마련이다.


소극적 저항과 진보적 생각


사회학자 어빙 고프만은 이를

"예의바른 무관심"이라고 했다.


그 반댓말은 "예의없는 관심"일 것이다.


지나친 관심은 정서적 피로감을 극도로 올린다.


"이 휠체어 비싸죠?" 라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 물론 나도 기분이 좋을때는 상세하대답한다. 가끔 농담을 곁들여 "바퀴하나에 100만원 정도 해요"라는 말도 한다.

(하지만 매번 예상가능한 질문과 나의 대답에 지칠때가 더 많기에 상대방을 무시하거나 그 자리를 피할때가 더 많다.)


물론 믿지 않는 표정으로 "우리나라 좋아졌어, 보조금 많이 주나봐" 라며 옆사람과 말하며 간다.


저항으로 인한 만성적 피로감

목마른 사슴은 지하철을 찾아 덜컹 소리를 킥삼아 리듬을 탄다

오늘 받았던 시선 또한 마찬가지다.


지나친 관심과 시선이 머무를 때마다 느끼는 것은 그것이 동정의 눈빛이던 혐오의 눈빛이던

내게 동일한 시선 폭력이다.


이럴때마다 저항 하는것도 내 인내심이 가끔 바닥이다. 쿨한척 넘기는것도 지겹다.


희망고문 vs 소극적 저항


시선을 더한 예의없는 관심이 없어 사회는 멀고 아득해 보인다.


미래를 희망적으로 상상할 때나...혹은 공익광고 에서나마 어렴풋이 보인다.


언제까지 나는 지하철 개찰구를 통과하며  사람들의 시선을  받아야 할까?

'힘을 내자 충일아'라고 결의 해야할까?


그런 날이 내 생전에 오기나 할까?


나는 아득한 그날을 상상하며 오늘도 시선폭력에 맞선다.


삶을 공유하는 방법은 "소통"이 있는 진솔함이다.
이름 최충일.

집에서는 "아빠, 남편, 아들"이고
직장에서는 "선생님",
무대위에선 "엄지왕자",
친구들은 "쪼까니"(키가 작아서)라 부른다.

그리고 지체2급 장애인이다.


사람들은 살면서 다양한
호칭과 별명을 갖는다.

그러나 "장애인"은 내게
호칭도 별명도 될수 없는 단어다.

어릴때 동네 꼬마들이 놀릴때 빼고는...
평소 사람들이 "장애인 안녕?"
이라고 한적은 없었다.

"장애인"이란 단어는 나의 삶가운데
지극히 한정된 상황에서만 불려지는
어색한 "middle name"이다.

중고등학교를 특수학교에서 졸업,
대학생활 힙합에 빠졌고 지금도 사랑한다.
직장이 있고 결혼하여 아빠가 되었다.

삶의 행복을 끊임없이 탐구하고 싶다.

장애인이 아닌 아빠,남편,래퍼,직장인,아들로써...
삶의 다양성과 일상을 타이핑할 것이다.
이전 26화 장애 비하 사회가 주는 의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