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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왕자 aka C FLOW May 11. 2018

일하는 장애인

어떡해 일하세요

출근 길에 이웃 주민을 만났다.

평소 두터운 관계는 아니지만 초면도 아닌, 그러나 인사를 나누는 평범한 '이웃주민' 이다. 아침마다 비슷한 시간대에 마주칠 때가 종종 있다. 오늘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내게 말 걸었다.

"그래도 꾸준히 활동하네요."

이 말을 듣고 좋아해야 할지 기분 나빠해야 할지, 살짝 혼란스러웠다. 좋게 생각하면 '장애가 있음에도 열심히 사시네요.'와 같은 칭찬과 격려일 수도 있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 같은 중증장애인은 제대로 사회 활동할 수 없다'라는 생각이 깔린 말로 들렸다. 좀 더 과하게 말하면 '너 같은 중증장애인이 소소하게 취미생활이나 하지' 와 같은 비꼬는 말로 받아 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선의로 표현한 말일 지라도 말이다. 이것이 피해의식일까, 모르겠다.

만약 그 이웃분과 내가 입사 면접을 위한 자리에서 만났다면 "장애인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어." 와 같은 말을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공격본능, 지배본능, 소유욕, 열등감.. 프로이드는 무의식에 대한 이면에 대해 이론화했다. 잠재된 무의식에서 갇혀진 속성들이 특정 상황이나 관계에 따라 표출될 때 사회문제가 생기는 것으로 정의하며 본능으로써 사라질 수 없는 속성으로 정의한다. 프로이드는 이에 대한 '감소' '최소화' 를 위한 방법을 '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조금 당연한 이야기지만, 나는 장애인식개선교육이라는 것이 단순히 교육적 차원 만으로 접근하는 데 있어 한계가 있다고 본다.

문화적 공감, 참여를 위한 실천방법을 어떡해 하면 공론화 시킬 수 있을 것인가.

앞으로 민간기업에서도 장애인식개선 교육을 법정의무교육으로 법제화될 예정으로 장애계 '뜨거운 감자'다. 한편으로는 공공영역에서 개입하는 순간 자칫 형식적인 의무성만 주어질까 우려된다. 나는 이 우려에 대해 깊이 탐구하고 싶다.

비주류, 약자, 소수자의 문화와
주류, 대중적 문화의 틀을 허물기 위한 탐구..

공자는 용서하다의 '서'를 강조한다. '서'는 같을 '여' 와 마음 '심' 이 합쳐진 한자어다. 남의 처지에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모든것이 '서'에서 시작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아침에 만난 이웃주민의 짧은, 무의식에 묻어난 그 인사말을 지울 수 없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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