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네 아빠는 왜 유모차 타?
나를 피하는 사람들이 있다.
백화점, 식당가, 놀이공원 등 함께 다니다 보면 아들 또래의 미취학 아동 부모들과 마주치게 된다.
그중 일부지만 마주칠 때면 자녀들에게 나를 손가락질하며 '조심해' '위험해'라고 다그치며 나를 피한다. 정확히 말하면 휠체어를 피한다.
아빠가 되고 보니 그런 반응들이 불편하고 화도 난다. 지성이가 상처 받을 것만 같아서다. 누군가의 자녀일 그 아이들에게 내 휠체어가 위험하고 피해야 할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지성이는 간혹 친구들이 아빠는 왜 유모차를 타냐고 물어볼 때마다 유모차가 아닌 것을 설명하고 휠체어라고 대답한다. 화도 안 내고 침착하게 대응하는 모습에 대견하고 고맙다.
그런 친구들의 반응에 적대적이지 않고 우호적으로 방어하고 답변하는 지성이의 힘은 어디서 나올까 잠시 생각해 본다. 몸도 마음도 커갈 지성이에게 앞으로 부딪힐 상황에 대해 염려도 되지만 그것은 중요치 않아 보인다.
왜냐하면 그것을 내가 먼저 피하다 보면 내 마음과 태도가 지성이에게도 투영될 것만 같기 때문이다.
경험적으로 보면 대부분 장애 부모를 둔 자녀들의 모습에서 성숙함을 느끼곤 한다. 지성이도 그런 것 같다. 난 그것을 강점으로 봐야 할지 건강하게 적응해 가는 자녀의 성장과정으로 봐야 할지 아직은 의문이다.
하지만 지성이도 나도, 와이프도 지성이가 자라는 만큼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