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증과 경사로

목이 마르다

외출 중 목이 너무 마르다. 편의점이 널렸는데 갈 곳이 없다. 화장실도 마찬가지. 간혹 편의점 앞을 서성이다 나오는 손님께 사장님을 불러달라고 부탁도 해본다. 성남시 야탑동의 경우 편의점 열에 아홉은 경사로가 없거나 있어도 지하철역 내에만 들어갈 수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는 정당한 편의 제공에 관한 기준이 명시되어 있지만 공공기관, 학교, 지자체 운영 시설 등 외에는 그것이 의무가 아니다. 그렇다 보니 민간 사업주가 관리하는 상가건물 등은 예전에 살던 서울 상계동 보가 더 부족하게 느껴진다.

간혹 경사로가 없는 식당을 이용하면서 사장님께 '경사로 있으면 장애인 분들 많이 오 실 텐데..'라는 말을 하며 자리를 떠나곤 하지만 하고 말고는 사장님 의지에 달려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조항들이 좀 도 촘촘해졌으면 한다. 민간 운영 시설까지 그 범위가 적용된다면 권리 구제 활동이 강화될 것 같은데... 여전히 나는 그것들을 지하철에서 스치는 고민들로만 움켜쥐고 있다.

그래서 여전히 목이 마르다. 그리고 화가 난다. 나의 갈증을 논하기 위해 온갖 법률과 근거를 갖다 붙여야 하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