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가장 편한 알바를 편의점 알바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물론 다른 알바에 비해 육체적인 강도는 낮을수도 있다. 혹자는 편의점 알바생을 보며 앉아서 일 할수도 있고 편안한 공간에서 시원하게 있을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우리는 남의 일이 쉬워 보이고 편해 보인다고 함부로 판단한다. 우리나라 편의점이 5만 5천개를 돌파하는 이 시점에 적어도 편의점 알바는 5만5천개가 넘는다. 그들이 업무가 다 쉬울까?
대답은 NO
물론 편의점 알바에 장점도 많다.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음식들은 일부로 진열공간 뒤로 빼놓고 1초가 땡하고 지나자마자 그걸 먹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급 스킬), 시원하게 앉아서 일할 수 있다. 손님이 없을땐 유튜브를 맘껏 볼수 있다 등등...
그러나 여러 힘듬중에 가장 힘들었던 것은 점주와의 관계이다.
사실 괜찮은 점주면 상관 없겠지만 이상한 점주를 만나면 다른 알바들 보다 고생할 때가 많다.
한번은 점주가 편의점 전체 재고조사와 자산조사를 했는데 70만원이 넘는 돈이 빈다는 것을 발견했다.
점주는 나를 포함해 아르바이트생 한명 한명에게 물었다고 한다. 어떻게 된 것이고 어떤 것을 먹었는지 이야기 해보라고... 결국 누구도 가져가거나 몰래 먹은 일은 없었다.
점주는 CCTV를 돌려본다고 겁박했다. 그 말에도 누구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 많은 CCTV를 다는 못보겠고 엄포를 놨으니 점주도 여간 고민 이었을 것이다.다음날 점주는 특단의 조치랍시고 1/n하자고 제안했다. CCTV다 보면 너네 들에게 너무 손해니 선심쓰는 척하면서 이야기 한다.
어이가 없었다.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점주가 자꾸 생채기를 해서 어쩔 수 없이 알바비의 얼마를 냈다.
시급도 적은데 말이다.
편의점 시급은 또 다른 알바에 비해 적게 줬다. 쉽다는 이유로 말이다.
또한 편의점에서 가장 핵심 업무는 담배판매 업무다. 비 흡연자일 경우 담배이름 외우는 게 쉽지 않다. 손님이 에쎄 파란색, 원, 네오 등 내가 모르는 담배를 요구 했다.
담배 종류가 너무 많아 버벅거리면 ‘저기 위에요, 아니 거기 오른쪽, 아니 좀 더 밑에’라고 말하고 재촉한다.
그럴 때면 등에 식은땀이 난다.
또 버스카드 충전, 게임결제를 위해 무엇인가 사는 아이들, 창고에서 물건 가져오기, 유통기한 순서대로 진열하기, 포스다루고 정산하기 등 생각보다 신경 써야할 일들이 많다.
그래서 편의점이 쉽지는 않다. 쉽다는 이유로 최저임금보다 적게 받고 이상한 점주를 만나고 담배 이름을 잘 외우지 못한 당신이라면 편의점은 쉽지 않은 알바로 다가올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어렵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일 혹은 내가 경험하지 못한 일을 보고 쉽다고 생각한다. 객관적으로 이건 쉽지 않냐는 서사(narrative)들이 가득하다. 사실(fact)은 그렇지 않다. 그 일이 쉬울지 안 쉬울지는 당사자에 따라 다른 것이다.
우리는 누구도 누군가의 일이 쉽다고 함부로 이야기하지 못한다. 그게 편의점 알바라도 말이다.
그래서 나는 종종 편의점에 가면 일하시는 분들에게 고생한다고 이야기 한다.(편할것 같다는 마음속 편견 대신)
[실질적 지침]
- 편의점은 자소서나 면접때 소재를 활용할 수 있는 최고의 알바이다. 상품 판매의 목표 달성, 가판대 배치, 마케팅 전략, 할인 전략, 진열, 동선활용 등 어떻게 물건을 더 잘 팔것인가를 고민하다보면 자소서 하나가 완성될 만큼 이야기가 나온다.
- 편의점 알바는 꼭 해서 관련 내용들을 철저하게 기록해두자.
- 누군가의 '일', '어려움', '상황'에 대해서 함부로 쉽다고 판단하지 말자. 내가 경험해보기 전까지 절대로 모른다. 그 마음만 있어도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다. 이해는 Under(아래의)와 Stand(서다)의 합성어다. 다른 사람 입장에서, 다른 사람 밑에서 서보면 우리는 비로서 이해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