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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선생 Oct 04. 2024

말하면 놀라는 고물상 알바

알바 이야기(4)

단기간에 시급이 쌘 알바가 없을까? 라고 매번 고민 했었다. 옷가게, 편의점, 푸드코드, 산타알바, 전단지 등 수 많은 알바를 했지만 생활이 빠듯했다.


 그러던 찰나 지인으로부터 고물상 알바를 하자고 연락을 받았다.


주말 오전에 짧게 일하고 학원 까지 갈 수 있는 여유까지 있어 보여 흔쾌히 수락했다. 첫 주 했던 일은 1톤짜리 트럭에 페트병을 가득실어 다른 곳에 파는 일이었다.

마치 옛날 게임 거상에서 싼 가격에 물건을 사서 비싼 가격으로 파는 것과 같았다. 해가 쨍쨍 내리쬐는 여름날 1톤짜리 트럭 안에 들어가 쏟아져 나오는 페트병을 감당해야 했다.


콜라, 사이다, 밀키스, 주스 등 수많은 페트병 속에서 조금씩 흘러나오는 음료는 내 몸을 조금씩 적셨다. 그 끈적끈적함과 찝찝함을 말로 다할 수 없었다.


그렇게 페트병을 가득 담았다. 페트병을 다 옮기고 트럭에서 나올때는 누군가에 도움이 필요 했다. 그렇게 1톤 가득 담긴 페트병더미를 가지고 나와 다른 곳에 팔았다. 이렇게 두 번정도 하면 오전이 끝나곤 했다.


다음 주에 또 고물상 알바를 했다. 이번에는 폐창장이나 공사장 같은 곳에서 폐 범퍼를 옮기는 작업이었다. 페트병처럼 끈적끈적한 느낌은 없었지만 범퍼가 무거워 옮기는 것이 무척이나 힘들었다. 끙끙 거리면 1톤 트럭에 범퍼들을 실을 때 그 고통은 말할 수가 없다.


또 그 다음 주에는 잡병, PB 등 다양한 쓰레기더미를 1톤트럭에 담았다. 사실 그 1톤 트럭 안에서 여러 가지 쓰레기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흔히 3D라고 하는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일이 모두 들어있었다. 그렇게 일을 할때면 끝나고 영어공부 열심히 해야겠다는 욕구가 왕왕 솟았다. 


한달전 시장에서 새로산 NYPD가 새겨진 티셔츠는 N이 사라졌고 고물상 알바를 하고 온 날이면 샤워를 두 번씩이나 하곤 했다. 왜냐면 계속 냄새가 빠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물상 알바를 하면서 세상에 누군가는 이보다 힘든 일? 흔히 말하는 3D일을 하고 있음을 생각하니 마음이 짠하기도 했다. 


직업의 귀천은 없다지만 나는 고물상 일을 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내가 편하면 편할수록 누군가는 고통스러워질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내게 주어진 삶에 대해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비교를 통해 상대를 눌러 내가 행복감을 누리려는 것이 아니다.


정말로 누군가를 생각하는 힘을 고물상 알바를 통해 느꼈던 것 같다.


살아가면서 힘든 일, 어려운 일을 경험한다. 그 속에서 어떠한 것을 느끼기 때문에 그 경험이 소중한 것도 성숙해지는 것도 아니다. 


평범하게 삶을 살아와도 구김 없이 성숙하고 성장하는 사람도 존재 한다. 누군가에게 평범한 일이 쉽지 않은 것 같다.


 매일이 힘들고 어려워야 했던 그 삶을 보면서 깨닫는 시간보다 불평과 불만의 시간들이 더 많았다. 


뒤 돌아보면 다 자산이 된다고 이야기 하지만 더 좋은 환경에서 더 많은 것을 할 수도 있었던 시간이다. 


그러나 후회하지 않는 이유는 내가 그 순간을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밤이나 낮이나 어제나 오늘도 그리고 내가 고물상 알바를 하든 시원한 에어컨 밑에서 과외를 하든 나는 여전히 최선을 다하고 있기에 후회하지 않는다.



[실질적 지침]

- 누군가는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한다고 한다. 나는 그말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가난하고 고생했던 사람들의 특징은 자신의 삶을 잘 개척하고 생활력이 강하지만 그만큼 억세다. 여유가 없다. 그리고 쓸줄 모른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말에 조금더 동감이 간다.

- 힘들게 일하면서 쓴 그 시간을 다른 곳에 썻어도 더 좋았을 것이다. 그래서 무자비하게 아르바이트 하라고 권하고 싶진 않다.

- 사실 힘들일 한다. 쉬운일 한다.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현재에 최선을 다하는 마인드다. 최선을 다했다면 그것이 어떤 것이든 남는다. 단 기록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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