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다 나는 환자야 하다가도
볕이 잘 드는 훤한 베란다 덕에 아침을 기다리는 적도 있다. 창 너머를 보고 있자면 각색의 나뭇잎들 흔들거리는 추임새에 잠시 아무 생각 없이 내 두도 흔들흔들 장단을 맞춘다.
서둘러 밖으로 나가 저 아래쪽으로 들어가 걷고 싶기도 계속 이 음악적인 전경에 나를 두고 싶기도 하다. 이만큼 고민하는 시간이 충만하다니. 이쪽? 저쪽? 둘 다 나는 진정 다 좋고 좋을 뿐이다.
아주 잠깐 이 고민에 슬몃 웃음이 난다. 아, 그래도 다행이다 싶어서.
간밤에는 두 눈도 맴도 같이 어두워 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면서 뜬 눈으로 지샜는데 어쩐지 눈이 떠지면서 급히 가라앉고 조금 느슨해진 내 상태가 짐짓
좋다.
맞다. 늘 어둡고 늘 죽고자 하고 늘 웅크리고 있는 것만은 아니었다. 대체로 원망과 분노가 몸 근처를 싸고돌고 있기는 하나 분명 날 뜨뜻한 날에는 기지개 켜며 모를 기대를 가져도 보고 예매한 전시나 영화가 있는 아침이면 내 자신에 대한 생각 잠시 접고 분주하게 움직이며 발꿈치가 토토토 신나서 가방을 챙기고 물을 챙겨 넣고 한다.
그렇게 일과가 마쳐지면 다시 미상의 어느 곳에선가 내 목부근을 쓱 잡아 끄는 안 뵈는 손길 같은 것이 나를 또 본래의 내가 있던 곳으로 돌아가게 했지만.
분명 평온한 때라는 것이 있었다. 그 기대에 골몰하지 않아도 가끔 보는 친구처럼 평온의 때는 와 준다. 가만 앉아 모니터에 눈을 꿰다 박고 머릿속은 세게 세게 돌리며 숨이 차다 색이 바래고 투명해진 나를 조용히 가다듬어 주는 시간들이 관통할 때면, 그것이 자주 오도록 통제할 수는 없지만, 덜컥 아니고 푸근하게 마음이 놓인다. 늘 잘 빨아 말려 보송한 쿠션에 머리 힘 다 빼고 누운듯
평온하다.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