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목표 대신 새로운 루틴을 시작했다.

된장을 만들어 보겠다며 메주를 만들고 온 뒤 시작된 새로운 루틴이다.

by 꼼지맘

목표 대신, 목욕 루틴

암을 만나고부터 새해의 목표를 세우지 않고 있다.

대신 나의 루틴을 다듬고 정비한다.
그리고 새로운 루틴을 시작한다.

올해도 목표 대신 새로운 루틴을 시작했다.


목욕 루틴이다.

매일 샤워를 하며 샤워 루틴을 하고 있었다.


올해엔 된장을 만들어보겠다며 메주를 만들고 왔다.

마당에서 장작불을 피워
밭에서 키운 콩을 큰 솥에 하루 종일 삶았다.

한 번 삶는 데 8시간 이상이 걸리니
두 번을 삶고 나니 정말 하루 종일이었다.


추운 날씨에 장작불 앞에 앉아
익어가는 콩을 확인하며 고구마도 구워 먹었다.

메주 만들기 과정의 낭만은 여기까지였다.

콩이 익으면 절구질을 했다.

콩이 많으니 절구질도 오래 걸리고 힘들었다.

무거운 절구를 힘껏 내리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요령이 없으니 메주를 만든 다음 날부터
어깨가 뭉치고 등이 아팠다.

잠을 잘 때도, 일상에서도
어깨와 등이 아파 불편했다.

뜨거운 물에 담그고
마사지를 받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바로 집 앞,
길만 건너면 찜질방이 있다.

이사를 오고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곳인데
마트를 오가며 계속 눈에 들어오던 곳이다.

자면서 등이 아파 잠이 깬 날,
드디어 목욕탕에 다녀왔다.

길지 않은 시간 물에 담그고 나오니
등이 한결 좋아졌다.


다음 날 아침엔
전날보다 통증이 덜했다.

하루를 쉬고,
다음 날 다시 목욕탕에 다녀왔다.

그렇게 며칠을 다니다가
매일 샤워를 하는 대신
매일 목욕을 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목욕을 하는 게 좋은지 찾아봤다.

피부와 심혈관, 심장 등
나에게 적당한 목욕법이 어떤 것인지 궁금했다.

루틴은 매일 하는 것이니
나에게 맞지 않은 방법이라면
좋은 점보다 좋지 않은 점이 더 많아질 수도 있다.

최대한 피부 장벽을 손상시키지 않는 목욕법,
면역력을 높일 수 있는 목욕법,
체온을 올릴 수 있는 목욕법,
림프절 관리에 도움이 되는 목욕법을 공부했다.

일주일 정도 목욕 루틴을 연습해 보고
나에게 맞는 방식을 정했다.


그리고 새해 아침,
50회 이용권을 나의 새해 선물로 구입했다.

50회 정도면
루틴을 다듬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매일 내 몸의 변화를 체크하고
일상의 컨디션을 조금 더 신경 써서 살피기로 했다.

한 번 정한 루틴은
나에게 맞추기 위해 계속 다듬게 된다.

가장 먼저 체크하는 것들은
루틴을 시작하는 시간과
루틴에 소요되는 시간이다.

무엇보다
어떤 루틴과 연결되는지,
그리고 그 루틴이
자연스럽게 지속될 수 있는지를 본다.


목욕 루틴을 시작하고
가장 먼저 달라진 것은 수면 시간이었다.

9시가 조금 넘으면 졸리기 시작하고
10시에 잠자리에 들면
4시쯤 눈이 떠진다.

조금 이른 시간이지만
아직 적응 중이다.


하루 8천 보 걷던 일상이
자연스럽게 매일 1만 보를 걷는 하루가 되었다.

몸에 무리가 될 정도는 아니고
약간의 피로가
오히려 수면에 도움이 되는 느낌이다.

매일 조금씩 장을 본다.
자연스럽게 식사의 질도 좋아지고 있다.

이것들이
목욕 루틴을 시작하며 생긴 변화들이다.


나의 목욕 루틴

목욕을 하러 가기 전
아침 운동을 하고 물과 녹차를 마신다.

목욕을 하러 간다.
집 앞이라 걸어서 5분이면 도착한다.

냉온탕을 1분씩,
총 7번 반복하는 동안 호흡에 신경 쓴다.

숨을 들이마시고 잠시 멈췄다가 천천히 내쉰다.

괄사로 전신 마사지를 하고 가볍게 씻은 뒤
마지막은 찬물로 마무리한다.

보습제를 충분히, 정성 들여 바르고

머리도 꼼꼼히 말린다.


목욕탕을 나오면 바로 옆 마트가 문을 연다.

신선한 식재료를 매일 조금씩 산다.

집으로 돌아오면 남편과 아이들도 잠에서 깨
각자의 루틴을 하고 있다.

환기를 시키고 주방과 거실을 정리하고 세탁기를 돌린다.

당근·사과 주스를 준비하고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밥을 새로 하고 반찬 한두 가지를 만들어 둔다.


요즘은 9시에 아침을 먹는다.

공복 14시간을 지킨 시간이다.

아침을 천천히 먹고 외출 준비를 한 뒤 카페 루틴을 하러 나간다.

하루에 내가 하는 루틴들 중 가장 중요한 루틴은
아침에 하는 모닝 루틴이다.

잘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이고
무리가 되지 않는 것이다.


무엇보다 루틴을 하며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 중요하다.

좋아지는 것들을 알아차리는 일이 루틴을 오래 이어가게 만든다.

그 변화들은 대부분 아주 조용하게 내 몸에서 먼저 나타난다.


그래서 요즘 나는 이 루틴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보다
얼마나 오래 함께 갈 수 있을지를 더 자주 생각하게 된다.

이 목욕 루틴이 내 몸과 마음에 어떤 자리를 만들고 있는지,
조금 더 지켜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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