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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라서 충분했던 시간에 감사합니다.

암경험자와 함께 했던 루틴실천 프로젝트의 이야기

by 꼼지맘


어제 카페에서 조용히, 그동안 진행했던 암경험자들과의 3개월간 루틴 실천 프로젝트를 돌아보았다.
감사하게도 라이나전성기재단의 지원을 받아 암경험자분들과 뜻깊은 시간을 함께할 수 있었다.
나에게도, 참여자들에게도 좋은 경험이었고, 함께할 수 있어 행복했고 큰 힘이 되었다.

이제는 그 사업의 결과보고서와 진행 과정에서 사용된 경비 정리를 해야 할 시간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협력하며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은 거의 처음이었다.

물론 이전에도 힐링캠프를 진행한 경험은 있다.
‘화상경험자를 위한 우리만의 1박 2일 힐링캠프’는 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 동기 5개 기업과 함께했다.
그때 나는 기획과 협찬(펜션 협찬, 선물 협찬 등)을 맡았고, 하루면 끝나는 행사였다.


두 번째로는 부산 해운대에서 화상경험자들을 위한 힐링캠프와 토크콘서트를 진행했다.
이 활동은 담심포의 사회공헌 활동으로 진행되었는데,
베스트루이스해밀턴호텔 해운대점에서 숙박비의 50%를 사회공헌 차원에서 지원해주셨다.
바다뷰가 보이는 멋진 방으로 배정해주시고, 행사 내내 꼼꼼히 배려해주셔서 지금도 감사한 마음이다.

이런 경우에는 서류 정리가 크게 부담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암경험자 루틴실천 프로젝트는 규모가 달랐다.
6개의 프로그램에 참여한 인원만 180명,
암경험 강사 6명, 팀 매니저 6명,
6가지 루틴박스와 여러 경비, 인건비까지 포함된 꽤 큰 프로젝트였다.

즉, 증빙서류가 많다는 뜻이다.
모두 꼼꼼하게 챙기고 정리해야 하는 작업들이다.


이 번거로움을 알면서도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나는 지금까지 대부분의 지원사업을 단순하게 진행할 수 있는 형태로 선택해왔다.

그럼에도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한 이유는,
암경험자들이 함께하는 루틴실천 프로젝트가
과연 재발·전이에 대한 두려움 관리와
좋은 습관 형성에 실제로 도움이 될까?
하는 궁금증 때문이었다.


프로젝트가 끝나고 서울에서 진행한 힐링캠프에서
팀리더들과 참여자들의 소감, 그리고 각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감사하게도 참여자분들은
“이 시간이 내 삶에 의미가 있었다”,
“새로운 시작을 해볼 용기가 생겼다”,
“나와 같은 사람들을 만나 힘이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그 말을 들으며 생각했다.
이걸로 충분하구나. 정말 충분하다.
그 마음이 참 깊고 따뜻했다.
암경험자로서 나에게도 큰 힘이 되는 시간이었다.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지만,
이렇게 마음이 모이면 분명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걸 느꼈다.

지금은 영상을 편집 중이다.
감독님은 “현장의 따뜻한 느낌이 그대로 전해져서
화려한 편집 없이 담백하게 보여주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정말 행복해 보이는 장면들이 많았다.


사실 나는 주최자로서
‘사고 없이 무사히 마칠 수 있기를’,
‘불편함이나 마음 상하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라며 긴장 속에서 행사를 지켜봤다.
그래서 현장에서 마음껏 즐기기보다
끝까지 조심스러운 마음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에
나도 모르게 ‘함께’라는 단어를 마음 깊이 새기며
감사와 행복으로 가득 찼다.


암을 만나 이런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충만한 감사와 행복을 선물받으니
“암을 만난 것이 꼭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마음을 전할 수 있어, 참 감사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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