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경험 팀리더와 3개월간 함께 한 루틴실천프로젝트의 마무리 힐링캠프
암을 진단받고, 나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암을 돌보며 나를 살폈던 것 같다.
건강검진으로 암을 진단받았고, 수술 전 검사에 까지도 모든 사람들은 위암 1기일 거라 생각했다.
“수술만 하면 된다니 다행이다.”
“운이 좋다.”
그런 말들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수술 후 조직검사 결과, 림프절 전이로 인해 항암치료를 권유받았고, 최종적으로 위암 3기 판정을 받았다.
수술은 겁나지 않았지만, 항암치료와 ‘3기’라는 진단은 나의 평정심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나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그것은 결코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암을 만나고, 경험하고, 그리고 나를 잘 지켜내고 있는 우리들이 만났다.
모두의 사연이 공감이 되고,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은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암이라는 녀석, 참 만만치 않다.
쉽게 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어렵게만 생각해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시한부 판정을 받고 10년이 지나 주치의 교수님께
“이제 더 이상 보지 맙시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대단하고 감동적이고, 또 부러운 일인지 우리는 말하지 않아도 안다.
그 순간, 그는 나의 롤모델이 된다.
‘나도 잘 해내야지.’
‘나도 저 말을 듣는 시간이 오겠지.’
그렇게 마음속으로 다짐했을 것이다.
박수를 치며 진심으로 축하했고, 동시에 나 역시 마음속으로 약속했다.
각자의 사연들이 모두 내 이야기 같아서 신기했다.
암의 종류도, 기수도 다양했지만, 모든 이야기가 공감되고 짐작되는 순간들이었다.
각 분야의 팀리더들이 활동하게 된 계기 — 음식, 손공예, 기록, 감사일기, 트레킹
그 시작점이 다 비슷했다.
‘내가 하고 싶은 걸 찾아보자.’
‘그리고 일상 속에서 해보자.’
‘나를 소중하게 돌보자.’
우리는 3개월이라는 시간을 함께했다.
암 경험이 있는 팀리더들도 참여자들에게 자극을 받아 더 열심히 하려 노력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자극이 되고, 응원하고, 지지하는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암을 진단받고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는 ‘좋은 롤모델’이라 생각한다.
처음 가는, 혼자만의 외로운 길
어떻게 걸어야 할지, 어떤 모습으로 일상이 바뀔지 모르는 그 막막함 속에서,
나와 같은 길을 먼저 걸어간 선배 암경험자는 정말 좋은 롤모델이 된다.
나는 여기 모인 우리들이 그런 롤모델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나의 역할은, 어쩌면 ‘마중물’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함께하니 힘이 되었고, 외롭지 않았다.
길고 힘든 여정일 수도 있지만, 혼자 가기엔 외로울 때가 있다.
혼자 걷는 길이라도,
어딘가에서 나와 같은 길을 걷고 있을 동무가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그 길이 견딜 만하고, 또 걸을 만하지 않을까 한다.
온라인으로만 보던 얼굴들이었다.
서로 반가워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눴다.
처음의 낯섦은 잠시였다.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게임을 하고, 사진을 찍고, 웃었다.
시간은 금세 지나가고, 헤어질 시간이 다가왔다.
아쉬움이 가득했다.
“다음에 또 만나요.”
“이렇게 직접 만나니 참 좋아요.”
그 아쉬움이 곧 바람이 되었다.
참 좋은 사람들이다. 암을 만나 각자의 자리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지만,
그 속에서도 서로를 이해하고 응원할 수 있었다.
나는 암을 만나 이런 좋은 사람들을 알게 되고 만나게 되어
‘암을 만난 게 나쁘지만은 않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암경험 팀리더들과 함께 6개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마음 돌봄, 손공예, 하루 3컷(음식, 운동, 수면), 건강밥상, 트레킹, 기획글쓰기
팀리더는 5명이 암경험자이고, 1명의 심리상담사로 각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사진순서 : 박현순(마음 돌봄), 서민영(손공예), 박귀선(하루 3컷, 건강밥상), 문성민(트레킹), 이진희(마음 돌봄-감사일기), 김진희(기획글쓰기)
날씨가 너무 좋았다. 덕분에 루프탑에서 따뜻한 햇살아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점심식사를 했다.
팀리더들과 함께 한 토크콘서트를 마치고, 기프트박스에 준비된 간식을 먹으며 서로를 알아보는 빙고게임을 했다.
-오늘 아침식사를 하고 오신 분
-텃밭이 있으신 분
-위암이신 분
-핸드크림이 있으신 분
-오늘 구두를 신고 오신 분
-이번 달에 산행을 다녀오신 분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서로의 일상을 물어보고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곧이서 선물추첨을 했다.
참여자 모두 선물을 받아가는 꽝 없는 뽑기^^
귀여운 방명록 쓰기
소중한 소감을 간직하는 방법을 고민하다 액자로 보관할 수 있는 방명록을 준비했다.
소중하고 감사하고 따뜻한 글들을 읽으며 우리들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박수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즐겁고 소중한, 귀 기울여 듣게 되는 우리들의 이야기였다.
모든 행사일정을 마치고 포토타임
각 팀별로 가족사진느낌 가득한 사진을 찍었다. 작별인사를 하면서 아쉬웠지만 또 함께 할 시간을 기다리며 웃으며 다음을 기약했다.
돌아가는 길에 만난 무지개가 고마웠다.
오늘은 더없이 좋은 하루였다.
함께 해서 행복하고 즐거웠습니다.
암경험자를 위한 루틴실천 프로젝트와 힐링캠프는 라이나전성기재단의 지원사업으로 진행되었습니다.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