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습관은 무의식에 새겨져 있어서 잠재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 고쳐지지 않는다"라고 리사 리비 교수는 말했다. 나는 암을 만나고, 가장 큰 바람은 내가 건강한 삶을 사는 것이다. 아프면서 돌봄으로 오래 사는 것이 아닌 내가 주체적으로 내가 원하는 삶을 건강하게 잘 사는 것이다. 나는 항암치료를 하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처음 읽기 시작한 책은 마음돌보기와 자기계발서적이었다. 여러 권의 책을 읽으며, 목표달성을 위해서, 또는 내 마음을 알아차리고 돌보기 위해서는 외부적 자극의 변화(좋은 습관과 루틴등)와 함께 나의 무의식도 바꿔야 한다는 것이었다. 양자물리학에서도 우리가 바라보는 대로 바뀐다고 말한다. 건강해지고 싶은 사람은 건강한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건강해진 자신의 모습을 자주 상상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건강한 좋은 습관과 함께 무의식을 건강하게 바꾸어야 몸과 마음이 건강해진다.
나는 항암치료를 하는 동안, 나의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기 위해 무의식을 관리하기로 했다. 나는 암을 만나고 자존감이 낮아지는 경험을 했다. 내가 좋아하는 일도 하지 못하게 되어 상실감도 경험했다. 그러다 보니 내 삶에서 성취감을 경험할 것들이 사라지고 있었다. '내가 세상에 필요한 존재였을까?'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나에게 필요한 성취감
나에게는 삶에서 성취감이 중요한 감정이었다. 나의 MBTI는 ENTJ다. 문제를 만나면 목표를 세워 최대한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욕구와 의지가 강한 성향이다. 나는 목표달성의 과정에서 경험하는 성취감이 중요했다. 암을 만나고, 수술과 항암치료를 하면서 내가 할 수 있은 게 별로 없었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성취감이었다. 성취감을 경험할수록 자존감은 올라간다. 자존감은 내가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 견디고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된다. 나는 암이라는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만났고, 잘 이기고 견뎌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자존감 회복이 필요했다.
작은 성공 경험이 필요한 이유
나는 시각장애아동의 점자학습과 사회성향상을 돕는 점자촉각놀이교구재를 개발하는 개발자이며 사회적 기업가이다. 처음 시각장애아동의 점자학습과 점자문해율을 향상하는데 초점을 맞춰서 점자교구재를 개발했다. 그러다 시각장애아동의 부모님들과 맹학교의 선생님과의 대화에서 시각장애아동에게 점자학습보다 더 중요한 게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성취감을 많이 경험하게 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각장애아동들은 놀이에서 조차도 주체가 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러니 성취감을 경험할 기회가 적고, 자존감도 낮아졌다. 이후 시각장애아동들을 위해 개발하는 교구재는 놀이를 통해 성취감을 경험할 수 있는 점자촉각놀이교구재로 개발방향이 조금 바뀌었다. 학교에서 가정에서 시각장애아동들은 놀이의 주체, 삶의 주체가 되었다. 작은 성취감이 모여 아이는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고, 학습의 효과도 높아졌다. 작은 성공경험이 많아지면, 어려운 일과 힘든 문제가 와도 이겨낼 수 있고 도전할 용기가 생긴다. 암을 만난 나에게도 작은 성공경험이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작은 성공습관을 만들기로 했다.
나의 작은 성공습관 만들기
습관이 되려면 최소 21일이 필요하다. 나의 항암치료 사이클도 3주 사이클로 21일이다. 항암치료를 한번 할 때마다 1개 이상의 습관을 만들기로 했다. 그렇게 나는 루틴을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 만든 습관 만들기 루틴은 아침에 일어나 양치와 가글을 하고 미지근한 물을 마시는 것이다. 첫 번째 항암치료를 하는 3주 21일 동안 루틴을 꼭 지키려고 노력했다. 첫 번째 항암에서 나는 21일 동안 매일아침 양치와 가글을 하고 물 마시기 루틴을 성공했다. 별것 아닌 21일 동안 물마시기로 나는 정말 큰 성취감을 경험했다.
두 번째 항암치료를 기다리며, 함께 할 습관을 생각했다. 아침운동으로 정했다. 운동의 시간과 강도는 정하지 않았다. 내 몸의 컨디션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저 아침에 운동을 한다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컨디션이 좋으면 가볍게 푸시업을 흉내내기도 했고, 컨디션이 좋지 못하면 누워서 양발을 부딪히거나 정말 가벼운 스트레칭만을 하기도 했다. 21일 동안 매일 아침운동을 하기 위해 거실에 나와서 가볍게 움직이는 게 목표였다. 그렇게 두 번째 습관도 성공했다.
세 번째 항암치료를 하는 21일 동안은 아침 운동 후 따뜻한 물에 샤워하기를 목표로 세웠다. 항암치료 중에 혼자서 샤워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옷을 벗고, 씻고, 다시 옷을 입고 이 모든 과정이 항암치료 중에는 힘든 일이 된다. 가벼운 아침운동을 했지만 많이 지친다. 그냥 누워서 쉬고 싶다. 땀이라도 많이 났으면 씻고 싶은 생각이라도 들겠지만, 워낙 가벼운 운동이라 땀도 나지 않는다. 그래도 21일만 해보자는 생각에 아침운동 후 매일 샤워를 했다. 항암주사를 맞고 온 3일~5일 후는 항암부작용이 심하고 컨디션도 나쁘다 그래도 샤워를 했다. 아니 샤워실에 앉아 따뜻한 물만 맞다가 나왔다. 신기하게도 샤워를 하고 나면 몸이 다시 살아나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자랑스럽고 대견했다.
그렇게 나는 작은 실천을 성공하면서 성취감을 쌓아가고 자존감을 회복했다. 지금은 매일 30개 이상의 루틴을 실천하고 있다. 이렇게 한 개씩, 두 개씩 루틴을 만들고 실천하면서 나는 좋은 습관이 많아졌다. 작은 성취경험과 습관이 암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에서 건강하게 내 삶의 주체로 잘 살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100일 동안 매일 100번 확언 쓰기
나는 긍정적인 사람이다. 내가 습관을 만들고 매일 루틴을 실천하지만 한 번씩 암에 대한 두려움과 죽음에 대한 공포가 스쳐갈 때가 있다. 나는 나의 무의식까지 내가 암을 잘 이겨내고, 내 삶의 주체로 건강하게 잘 지낸다는 확신이 필요했다.
마음에도 작은 성공습관이 필요했다. 아마 4번째 항암치료를 할 때부터 마음관리 나의 무의식을 돌보기 위한 루틴을 시작했다. 매일 하루에 100번씩 확언 쓰기를 100일 동안 써보기로 했다.
100번쓰기의 내용은 한 문장이다. 그 문장은 '나는 암이 완치가 됐고 건강하며...'로 시작된다. 100번을 쓰려면 1시간이 걸린다. 아침저녁으로 나누어 50번씩 적었다. 한 번은 족욕을 하면서 쓴다. (족욕은 30분 동안 한다), 또 한 번은 아침이나 저녁에 여유로운 시간에 적는다.
지금은 아침잠에서 깨면서 나의 확언을 말하고 일어난다. 새벽 걷기를 하면서 마지막 바퀴를 돌 때도 확언을 말한다. 잠자기 전에도 말해본다. 나는 내가 암이 완치가 되고 건강하게 잘 지낼 거라고 진심으로 믿고 있다. 나는 건강하게 만든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루틴으로 잘 지키고, 나를 지금처럼 사랑하고 돌보고 항상 모든 것들에 감사하며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다. 나는 지금의 나의 삶에 만족하고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암을 만나 나는 나의 삶과 나의 주변을 사랑하고 돌보는 법을 알게 되었다. 내 삶의 큰 행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