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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꼼지맘 Aug 20. 2023

암환자가 주치의와 만남에 준비할 것들

나의 항암치료

나는 준비할게 많은 암환자였다.

내가 암수술 (위절제수술)을 할 때는 입원전날 코로나 검사와 입원 중 필요한 물건들이있었다. 수술을 담당했던 위장관내과 교수님과는 수술 후 입원해 있는 동안 매일 나의 몸상태과 앞으로의 내 몸의 변화등을 알려주었다. 퇴원하기 전에 나는 항암치료를 위해 혈액종양내과에 예약을 했다. 나의 수술 담당 주치의는 나에게 앞으로 혈액종양내과 교수님과 자주 만나게 될 거라고 했다. 그리고, 열심히 잘해보자고 했다.


*입원 시 필요했던 것들-칫솔, 치약, 드라이샴푸, 안대, 귀마개, 마스크, 이어폰, 충전기, 수건, 빨대가 있는 물병, 소 읽을 책, 카디건, 노트북 또는 아이패드, 핸드폰, 스카프, 수저와 포크, 수면양말, 물티슈와 화장지, 속옷, 세면용품, 휴대용 담요, 물주머니팩, 찜질매트등


혈액종양내과 첫 진료

항암치료를 담당하는 곳은 혈액종양내과라고 했다. 왠지 어렵고 무서운 느낌의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혈액종양내과의 첫 진료를 하기 전에 매일 항암치료와 항암부작용에 대한 영상과 자료를 찾아보았다. 항암부작용이라고 검색을 하면 무서운 사진으로 쏟아졌다.  손발이 벗져지고, 물집이 터지고, 입안이 헐어있는 사진들이었다. 혈액종양내과에서 항암치료를 하기 전 첫 진료를 했다. 앞으로 나를 치료하고 관리해 주실 담당주치의와의 첫 만남이다.  나는 첫 진료일 며칠 전부터 이것저것 준비를 했다. 나는 항암치료를 하는 동안 (예습, 복습을 잘하는...) 착실하고 말 잘 듣는 모범환자가 되기로 다짐했다.


작은 노트를 준비했다. 항암치료 중에는 나의   주치의와 3주에 한 번씩 진료를 받게 된다. 이 노트는 주치의와 만날 때 가져갈 노트다. 이 노트에는  항암치료로 생긴 나의 몸의 변화와 부작용, 나의 주치의에게 물어봐야 할 질문들도 기록했다. 나의 체중과 체온들도 매일 기록했다. 3주에 한번 만나는 주치의와의 진료시간은 1분~5분 내외였다. 나는 몇 가지 룰을 정했다.





질문 3가지. 항암치료를 하면서 궁금한 점들과 나의 몸의 이상 증상등을 기록했다. 대부분의 항암부작용등은 정보를 찾아보면 알 수 있는 증상들이었다. 하지만 나는 나의 심리적 안정감과 주치의와의 신뢰감형성을 위해 나의 몸에서 나타나는 중요한 항암부작용과 궁금한 점등을 3가지 정리해서 진료시간에 질문을 했다.  주치의가 말해주는 내용들도 내가 미리 공부했던 내용들이  많았다. 하지만 주치의에게 직접 들으면 나는 더 안심을 하고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는 것 같았다. 나의 진료시간도 3~5분 정도였다. 그 시간 동안 내가 궁금한 것과 나의 몸에 일어나고 있는 변화등을 정확히 주치의에게 전달하고, 나는 그에 대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나의 진료시간을 정말 효율적으로 잘 사용했다. 8번의 항암치료를 위한 진료를 할 때는 나의 작은 노트를 펼치는 것으로 주치의와의 진료가 시작되었다.


반드시 보호자 동반. 내가 주치의를 만날 때는 항상 보호자를 동반했다. 항암부작용으로 인지력저하와 건망증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나의 진료가 있는 날에는 항상 남편이 동행을 했다. 주치의와 진료 후 일정은 항암주사(옥살리플라틴)를 맞는다.  주사를 맞고 얼마뒤에는 항암부작용증상이 나타난다. 몸의 컨디션에 따라 피로도가 몰려올 때도 있다. 항암치료를 하는 중에는 면역력이 낮아진다. 나의 경우도 혈소판수치가 낮아져 쉽게 멍이들 기도 했다. 무엇보다 항암주사를 맞고 나면 균형감각과 컨디션이 나빠졌다.

내가 먹는 영양제들 확인. 첫 외래진료에서 궁금한 것들을 적은 노트와 함께 먹고 있는 약들을 가져갔다.

많지 않지만 나의 주치의는 내가 어떤 약을 먹는지 알아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나도 그 약들을 먹어도 되는지 확인이 필요했다.  많지 않은 약들이다. 종합영양제, 비타민D, 콜라겐정도 였다.  내가 가져간 약들을 주치의는 먹어도 된다고 했다. 이것 이외의 다른 약들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면 알려달라고 했다. 나와 나의 주치의는 짧은 진료시간이지만 작은 것 하나라도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노력했다. 덕분에 나는 나의 주치의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강했다.




3주마다 남편과 함께 가는 병원소풍

주치의와의 진료가 끝나면 본격적인 항암치료가 시작된다. 내가 다음으로 갈 곳은 항암주사실이다.

주사실에서 필요한 것들이 많았다. 항암주사를 맞기 전에 수액을 먼저 맞는다. 그리고 항암제가 도착하면 항암주사를 2~3시간 동안 맞는다. (나는 혈관이 약해서 혈관통으로 수액을 천천히 맞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영양제를 맞고 나면 5시간 이상의 시간이 지난다.  그동안 나는 주사를 맞으며 식사와 간식도 먹어야 하고 물을 비롯한 다양한 음료를 마셔야 했다. 지루한 시간을 즐겁게 보낼 노트북이나 책들도 챙겼다. 몸을 따뜻하게 할 휴대용 작은 담요와 배를 따뜻하게 해 줄 찜질물주머니, 주사를 맞으면 옥살리플라틴의 대표적인 항암부작용인 손발 저림 현상 때문에 차가운 것을 만지기 힘들어진다. 그때 사용할 면장갑도 필요하다. 이것저것 챙겨서 가니 여행용 가방 하나에 가득이다.  도시락까지 준비하고 나면 정말 여행이나 소풍 가는 느낌이다.


나의 병원은 새로 지은 지 3년이 채 되지 않은 대학병원이다. 그래서 병원시설과 환경이 매우 쾌적했다. 남편과 주사를 맞으며  병원 식당에서 식사도 하고 산책도 했다. 병원은 나와 남편에게  놀이터가 되었다. 간간히 혈관통이 와서 힘들 때도 있었지만 견딜만했다.

나에게 8번의 항암치료는 지금도 좋은 추억으로 기억되고 있다.


항상 친절하고 쉽게 나의 몸상태와 치료에 대해 설명해 주는 담당주치의와 편안한 미소로,컨디션을 묻고, 진료일정을 잡아주는 간호사, 편안하게 항암주사를 맞게 신경써주신  주사실의 간호사분들까지 나에게 항암치료를 했던 시간들은 조금은 힘들었지만, 특별한 좋은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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