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조직 1cm에는 1조 개의 암세포가 들어있다. 이 1 조 개의 암세포들은 그 자리에 가만히 있지 않고 혈관을 타고 이동하고 혈관과 연결된 임파선으로도 들어간다. 이렇게 한번 시작된 암세포들의 여행은 온몸을 구석구석 탐험할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암세포는 성질이 묘해서 유방암은 유방에 집을 짓고, 폐암은 폐에 집을 짓는다. 과거에는 의사들 역시 작은 암덩어리를 제거하면 몸에서 암이 사라진다고 믿었지만, 몇 개월 후에 다른 장기에서 또 다른 암세포를 발견해 곤혹스러워하곤 했다. 연구결과 아무리 작은 암이라도 10% 정도는 다른 곳으로 이동해 돌아다니는 것으로 밝혀졌고, 암세포가 머물던 집이 수술로 사라지면 비슷한 성향의 장소에 다시 집을 짓는다는 사실 또한 밝혀졌다. (출처:암에 지는 사람, 암을 이기는 사람 / 김의신지음 )
나의 암조직은 1.2cm
암환자가 아니어도 암세포는 우리의 몸에는 평균적으로 하루에 3000~5000개가 만들어진다. 모든 사람들의 몸속에는 암세포가 있다는 말이다. 암세포가 생겨도 우리의 면역력으로 암세포의 성장을 막고, 암세포가 죽게 한다. 반대로 면역력이 좋지 않으면 암세포는 막강한 힘을 키워 암세포가 살기 좋은 몸으로 만들고 암세포의 집을 넓혀나간다.
나는 건강검진에서 암을 발견했다. 1.2cm 정도였고, 위의 중간쯤 있었다. 내시경촬영상으로 본 나의 암세포는 약간 선홍색의 동그란 인주를 찍어놓은 모양이었다. 검사를 해주신 의사 선생님이 암조직을 설명하시는데 나의 머릿속에서 '암이 귀엽게 생겼네'라는 생각을 했었다. 암을 제거하는 수술을 하고 조직검사를 하기 전까지 소화기내과, 위장관내과 교수님들 모두 1기로 예상했었다. 나의 암세포는 귀엽게 생겼지만, 귀엽지는 않았다. 아래쪽으로 암이 커져있었다. 결국 나의 최종 암기수는 3기가 되었다.
암조직 1cm에는 1조 개의 암세포가 있다고 한다. 나의 몸에는 1조 개 이상의 암세포가 있었던 것이다. 암이 살았던 집을 수술로 없앴지만 암의 특성상 내 몸 어딘가에 암세포들이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내가 예전의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나의 몸은 다시 암세포가 자리 잡았던 비슷한 성향의 장소가 만들어지고 그곳에 암세포는 다시 암세포가 살기 좋은 집을 지을 것이다. 이것이 재발과 전이이다.
제 몸은 위험하고 귀잖은 손님이 지내기에 불편한 집입니다.
나는 나의 몸이 암세포가 살기 불편한 장소가 될 수 있도록 매일 건강하고 좋은 루틴을 실천하고, 밝고 행복한 마음으로 나를 돌보고 있다. 한마디로 암세포가 살기 불편한 장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암세포가 살기 불편한 장소를 만들기 위해서 하는 나의 루틴과 습관은 내 몸과 내 마음에게는 나를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들이다.
시작은 내 몸을 암세포들이 살기 불편한 집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매일의 루틴을 실천했지만 지금은 나의 건강한 노후와 행복한 나의 삶을 위해 꼭 필요한 일상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50살에 암을 만났다. 내 주변의 사람들이 나의 나이 전후로 갱년기를 경험하고 힘들어하고 있다. 암을 만나고 건강한 일상을 위해 매일 하는 생활루틴들은 나의 갱년기에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폐경이 되면 변하는 몸의 변화와 마음의 변화도 걱정되지 않는다. 전문의들이 말하는 폐경을 대비하는 생활실천방법들을 지금 나는 매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암을 만나 여러 가지 많은 변화가 있었고, 그 변화는 나의 앞으로의 삶에서 많은 도움이 되는 변화였다.
죽는 날까지 잘 지내보자
나의 첫 목표는 암의 재발 전이 없이 5년을 무사히 잘 보내는 것이다. 5년 이내에 암의 전이와 재발이 가장 많기 때문에 5년 동안은 집중관리를 해야 한다. 5년이 지났다고 해서 완치가 된 것은 아니다. 암은 완치가 없다.
5년이 지나면 완전관해판정을 받는다. *완전 관해는 5년 동안 암을 발견할 수 없었다는 판정이다. 5년이 지나도 암의 재발 전이 사례가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앞에서 말했듯 하루에도 우리 몸에는 암세포가 3000~5000개가 생긴다. 나의 경우 내 몸은 암이 잘 살 수 있는 집을 지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암이 좋아하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내 몸에는 암이 더 빨리 튼튼하게 암이 살 집을 지을 수 있다.
나에게 암은 까칠한 동무다. 어르고 달래고, 불편하게 해서 내 몸에 자리잡지 못하게 해야 한다. 보기 싫고 까칠하고, 귀잖은 친구라고 외면하면 안 된다. 어디서 어떻게 사고를 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옆에서 잘 지켜보고 어르고 달래야 한다. 내가 만만한 친구가 아니라는 것을 암세포가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