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4시 30분. 오늘도 멋진 하루를 보내자고 나와 아침인사를 하며 나를 쓰다듬어주고 나의 모닝루틴을 시작했다. 가볍게 다리 올리기 20번과 스트레칭을 2세트를 하고 침대에서 일어나 잠자리정리를 하고 양치와 가글을 하러 욕실로 갔다.
양치를 하면서 욕실의 큰 거울로 나를 살펴본다. 머리는 헝클어져있지만 컨디션은 좋아 보인다. 오늘도 기대되는 하루가 시작되었다.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미지근한 물을 마시면서 체중과 체온을 잰다.
체중은 어제와 변함없이 50kg, 체온은 세수를 하고 난 뒤여서 인지 36.3도이다. 거실의 창문들을 열고 미지근한 물을 마저 마시고 모자와 장갑을 끼고 운동복장을 모두 정리했다.
am5시가 조금 지났다. 관리실 아저씨가 빗자루로 청소를 하고 계신다. 조용하고 물기가 있는 새벽이다.
오늘은 카페에 8시 전에 도착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새벽 걷기를 시작했다. 요즘 이 시간대에는 운동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대부분 6 시즘 나오시는 것 같다. 조용해서 이 시간의 이 공간이 모두 내 것 같다.
요즘은 걷기와 뛰기도 조금 하고 있다. 항암부작용으로 무릎관절이 좋지 않아 뛰기는 힘들었는데 요즘은 많이 좋아졌다. 뛰기 싫어하는 내가 뛰면서 상쾌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참 신기하다.
2바퀴째 돌고 있는데 빗방울이 떨어진다. 비에 젖지 않는 옷이라 운동을 계속했다. 3바퀴째를 1/4 정도 돌았을 때 빗방울이 굵어졌다. 집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았다.
아파트 앞에 도착하니 빗방울이 커지고 내리는 속도도 빨라졌다. 나머지 운동은 오후에 비가 그치면 해야겠다 생각을 하고 15층 계단을 올랐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우리 집이 있는 층에 내리니 남편이 우산을 들고 계단을 올라온다. 나를 찾으러 갔다가, 돌아올 시간이 된 것 같아 아파트를 보니 아파트계단이 한 층 씩 불이 켜지는 모습을 보곤 돌아왔다고 했다.
남편에게 물기가 묻은 운동복을 건네주고, 계단에서 스트레칭과 근력운동을 했다. 30분.
빗소리를 들으며 운동을 하고 싶어 계단 창문들을 열었다. 시원하면서 기분 좋은 빗소리다. 걷기 운동을 다 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스트레칭과 근력운동을 하는 시간은 너무 기분 좋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어떤 상황이든 모두 나쁘지만은 않다.
나는 운동을 싫어했다. 학창 시절 가장 싫어했던 시간도 체육시간이었다. 특히 뛰거나 걷는 운동을 이해하지 못했다. 운동 후 상쾌하고 기분 좋다는 말들이 나는 거짓말 같기도 했다. 지금 나는 암을 만난 뒤 사람이 바뀌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딱 맞을 것 같다. 아침운동이 나에게 가장 중요하고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 다른 많은 변화들 중에 나에게는 가장 큰 변화이다. 나도 신기하다. 그래서인지 혼자 운동을 하면서도 나는 내가 너무 대견하고 자랑스러워서 수시로 나에게 칭찬을 해준다.
새벽운동시간은 나를 만나고 나와 친해지는 시간이다. 그래서 나에게 더 소중하고 중요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