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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25살, 종갓집 종부가 되었습니다.

그래도 남편을 너무 사랑하고, 사랑합니다.

by 캠강맘
출처 : 동백꽃 필 무렵



하루하루가 매일 신나고 재밌던 25살.

코 끝에 차가운 눈송이가 내려앉던 2월, 활짝 피어난 새빨간 동백꽃이 집 주변에 만발했다.


이 시기에는 땅도, 공기도 온통 차갑고 매서워 곤충도 보기 어려운데, 꿀의 양이 많아서 친구들이랑 빨갛게 물든 동백꽃을 따다가 꽃에서 나온 꿀을 빨아먹곤 했다.


신기하기도 하지.

장미꽃처럼 빨간 얼굴을 내밀며, 예쁘게 웃어 보이는 동백꽃은 장미꽃처럼 기분 좋은 향기가 나지 않았다.

아니 아무 향도 나지 않았다. 그래도 꿀 냄새를 맡고 온 꿀벌이나 나비, 새들은 동백꽃과 절친이 돼 주었다.


동백나무 주변엔 멀리서도 새빨간 꽃들이 떨어져 어여쁜 카펫을 만들어 주었고, 친구들과 콧노래를 부르며 상처 없이 떨어진 꽃송이를 집어 빨갛게 상기된 복숭아 빛 얼굴로 미소 짓는 친구의 넘겨진 머리 옆 귀 사이에 꽂아 주며, 이미자의 '동백 아가씨'노래를 부르며 까르르 웃곤 했다.


햇빛에 반짝이는 초록잎사귀는 동백꽃을 잘 받쳐주었는데, 따로 비료를 챙겨주지 않아도 그 모습이 어찌나 푸르르고 어여쁜지 대견했다.





" 내 걱정해 주는 사람 하나가 막, 내 사랑을 바꿔요"

" 동백 씨는 유, 행복해질 자격이 충분히 차고 넘치는 사람이어유"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대사




붉은 동백꽃의 꽃말은

" 누구보다 그대를 사랑합니다. 애타는 사랑, 열정"

아주 강렬한 의미를 담고 있는 꽃이다.


13.JPG

빨간 동백꽃이 피어난 2월에 만난 남자와 그해 11월에 결혼을 했다.


그리고 처음 맞은 기제사

집안 첫 결혼이라 각 지역에 있는 친척들이 겸사겸사 기제사 하러 왔다.

40명은 넘는 것 같았다.

결혼식 때 뵙긴 했지만, 기억을 하진 못했기에 정중히 인사를 하면서 전을 부쳤다.


" 자긴, 어쩌다.. 종갓집에 시집왔어?"

옆에서 음식 준비를 함께 하는 숙모님이 말을 거셨다.


"??"

내 눈은 금방 휘둥그레지고, 내 시선은 남편을 찾느라 바빠지기 시작했다.


25살에 시집온 나는

시댁에서 기제사는 처음이었고,

많은 친척들이 왔고,

음식 준비까지 하느라 너무 정신이 없었다.


친척분들이 다 가시고, 밤 12시가 훌쩍 넘는 시간이 돼서야 나는 남편이 지내던 방에 들어올 수 있었다.


남편은 본인을 쳐다보는 이상한 내 눈을 의식하며 이상한 낌새를 느낀 것 같았다.


" 왜?~ "

" 오빠? 오빠 종손이야?? 나 종갓집 종부야??"

"누가 그래?"

"당숙모님이.."


남편은 시선을 피하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와~~ 이거 사기결혼?"

"왜?!!"

라며 돼묻곤, 남편은 침대에 누웠다.


그렇게




내 나이, 25살 종갓집 종부가 되었습니다...


gtp와 미리캔버스로 만든 웹툰 _ 작가 인선화

내 나이 25살, 종갓집 종부가 되었습니다.





26년 동안 살면서

믿을지 모르지만 아직까지도 부부싸움을 한 적이 없다.


그래서일까?

난 지금도 남편을 너무나 사랑하고, 함께 해준 시간들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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