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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티 Mar 31. 2024

프롤로그. 자서전을 쓰고 싶었던 적이 있나요?

단 한번뿐인 나의 어린시절 이야기

성인이 된 누구나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가슴 속에 품고 있다. 현실을 열심히 살다보면 어린시절의 내가 희미해지다가도, 가끔은 마치 어제의 일인 듯 선명해진다. 자서전 비슷한 것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 했다. 어린시절의 기억은 항상 내 안에 살아 있었지만, 한해 한해 지나다보니 조금씩 기억이 빛바랜 종이처럼 색깔이 변해가는 듯 했다. 특정 기억이 어른이 되고보니 다르게 보인다던가, 지금 생각해보니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던가. 또한 나도 사람인지라 조금씩 기억이 미묘하게, 닳고 사라지는 것이 느껴진다. 일상이 바쁘다는 핑계로 나를 되돌아보는 글을 쓰는 것을 계속해서 미뤄 왔는데, 휴학도 했겠다. 내 마음 깊숙한 곳에 고이고이 잠들어 있었던 빛바랜 앨범을 꺼내 본다.


나는 2001년 6월 19일 청주에서 태어났다. 최근 어린시절에 잠시 살던 이천을 성인이 되고 가보았는데, 감회가 새로웠다. 내가 살았던 아파트, 초등학교, 유치원, 시내 모두 그 모습 그대로였다. 그런데 어렸을 땐 그렇게 커보였던 이천의 풍경이 어른이 되고보니 다르게 보였다. 내가 너무 훌쩍 커버렸구나, 하고 또 한번 자각을 했다.


기억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음 속 깊은 곳에 간직하고 있었던 어릴 적 기억과 추억, 감정들이 성인이 된 나의 시선으로는 또 어떻게 비춰질지 궁금하다. 어린 시절 기억을 그때 그 시선 그대로 간직하는 것이 낭만적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추억이 있다면 슬펐던 기억도 있고, 상처도 있다. 내 안의 어린아이, 내면아이와도 마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의 내가 멀고 어색하게 느껴지다가도, 그 시절 또한 나였기에 친숙하게 느껴진다. 나 자신과 멀어지고 가까워지기를 반복하다가, 자서전 비슷한 글을 쓰는 것을 이제야 한 번 해보기로 한다. 앨범 사진을 펼쳐보듯 가볍고 설레는 마음과, 눈물에 젖은 일기장을 펼쳐보듯 조금은 용기가 필요한 마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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