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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혁 May 07. 2024

나는 더이상 아버지를  믿지 않기로 했다

25살 나는 빚이 1억이다 - 절정

다시 회사로 돌아가는 길

이제는 아주 익숙한 풍경.

돌아가는 차 안에서 내 생각을 바꾼 단 한가지


' 이 모든 건 나한테 책임이 있다. '


내가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관계없다

이 모든 결과물은 내가 만든 것이고

내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바뀌는 건 하나 없다

그 순간부터 나는 더이상 아버지를 믿지 않았다.

그 순간부터 나는 더이상 핑계를 대지 않았다


'아무리 발버둥 쳐봤자 안되는게 있는 거야'


'내 나이가 어리니까 사람들이 날 따라주질 않아'


'이 빚은 내가 아니라 아빠가 만든 거야'


'내가 잘못되면 누군가 도와주겠지'


'이정도 했으면 잘한 거야'



내가 힘들 때마다 나를 위로해 주는 저 내면의 소리를 더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

그 대신 딱 이 한마디 가슴속에 남겨놓았다


' 이제부턴 정면승부다 '


 무언갈 진정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그 무언가에 대해 더이상 고민하지 않게 된다

 오늘은 쉬어도 되지 않을까? 이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그런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그냥 내가 해야 할 일일뿐.


회사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수도 없이 되뇌인 말

'이제 나한텐 더이상 돌아갈 곳이 없다 한번 해보자'


회사에 도착한 날 나한테 잡힌 채무가 얼마인지 파악했다

1억 1천만원 가량이 잡혀있었다


번아웃이 와서 혼자 여행을 떠났을 땐

5천만원의 빚 때문에 죽을 생각도 했던 내가

1억이란 빚이 생기니 오히려 죽겠다란 생각 보단

한번 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변했다

어떤 계기 때문에 생각이 변한건 아니다

단지 이 모든건 나한테 책임이 있다는 생각을 갖었다

채무 금액을 확인하곤 크게 무언가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단지 기숙사로 돌아가 짐을 풀고 알람을 맞췄다


" 5시 24분 "


내가 빚 1억을 전부 갚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일어났던 시간


기숙사는 3층 건물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작업복을 입고 3층 복도에서 컵라면에 물을 붓는다

계단을 내려와 현장으로 걸어가는게 대략 4분거리

누구보다 일찍 출근해서 기계를 미리 가동하여 예열을 시켰다

예열이 되는 동안 컵라면을 먹고 6시면 일을 시작했다

직원들이 8시 20분에 출근을 하면

이미 일을 시작할 모든 준비가 끝난 상태였다

덕분에 아주 순소롭게 하루 일과를 시작했고

오후 5시 30분에 직원들이 퇴근하면

그때부터 나는 또 2시간 30분 동안 일을 더 했다

하루에 총 5시간씩 남들보다 더 일했다

거창한 생각을 갖고 한건 아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었다 무언갈 바라지도 않았다

그냥 해야 될 것만 같아서 한 것이었다

그렇게 하루 일주일 한달 두달 시간이 흐르니 변화가 찾아왔다

직원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 것이다

어느 날

기계 한대가 고장이 났다

그 기계가 고쳐질 때까지 다른 회사와 기계를 같이 써야 했는데

하루에 1시간 밖에 쓸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른 회사 직원분들이 퇴근하면

그때부터 새벽까지 혼자 계속 일했다

가끔은 잠을 자지 않고 해가 뜰 때까지 일을 하기도

너무 피곤하면 철판 위에 누워 쪽잠을 자기도 했다

이런 모습이 한두 번 직원들 눈에 보이자 작지만 놀라운 변화가 시작됐다


점심시간 되기 5분 전부터 장갑을 벗고

밥 먹으러 뛰어가던 직원들이

하나 둘 남기 시작했다

점심시간 종이 울려도 우리 회사 직원들은 손에서 장갑을 놓지 않았다

직원들이 날 보며 웃기 시작했다 나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베트남 직원 한 명이 나한테 이런 말을 했다

" 같이해요. 혼자 하면 힘들어요 "


저 말을 들었을 때 기분은

정말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아주 단순하지만 힘 있는 말로 나에게 크게 다가왔다


회사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직원들이 회사를 위해 일하기 시작했다

나도 회사를 위해 정말 열심히 일했다

그 시너지가 맞는 그 순간

한달에 물량 5천개 생산했던 회사가 1만개를 달성했다

생산량은 2배가 올랐는데

직원들이 일했던 시간은 그대로였다


혼자 해선 절대 변하지 않던 일들이

다른 사람과 같이 하니 할 수 있게 됐다 너무 고마웠다

직원들에게 더 필요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다

빚이 점점점점점 줄어들었다

회사의 생산량이 갑자기 상승하니까

모든 회사와 공장을 관리하는 공장장님이 나를 불렀다

차트를 들이밀며 나에게 물었다


"이게 무슨 일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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