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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나다 부자엄마 Jan 09. 2025

캐나다 스타벅스 지각하고 싶은 날.

오늘은 늦어요.

"오 마이 갓.... 김치!" 


민자 벌떡 침대에서 일어난다. 핸드폰을 눌러 시간을 확인한다. 


'지금 빨리 준비하지 않으면 지각이다'. 겨울이라 해가 늦게 떠서 주위가 아직도 어둑어둑하다. 칭얼거리는 딸 아이를 유치원에 던져놓는다. "이따 올게. 잘 놀고 있어."


어제도 이랬다. 아.... 바쁜 민자의 매일 아침 출근길은 요절복통 전쟁통이다.


혹시라도 지각이라도 할까. 민자 초초해진다. 횡단보도 앞에서 손톱을 물어뜯는다. "제발. 신호 좀 빨리 바뀌어라."


횡단보도가 초록불로 바뀌자마자 민자 젖 먹던 힘까지 내서 달린다. 가방을 앙칼지게 품에 쥔다. 우다다다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뛰어간다. 출근길에 지각이라도 하면 민자 자신을 용서할 수 없다.


그 순간, 반짝! 무언가 눈앞에서 빛난다.


"어? 이게 뭐야?"


발밑을 본 민자 움찔하며 멈췄다. 거기에는 작은 인형이 떨어져 있었다. 열쇠고리에 달려있었을 법한, 반들거리는 천으로 만들어진 곰돌이 인형이었다. 아이가 들고 다니다가 잃어버렸는지, 아니면 누군가 가방에서 흘린 건지 알 수 없었다.


민자는 잠깐 주위를 둘러본다. 하지만 차들도, 사람들도 다들 저마다의 방향으로 바쁘게 흩어지고 있었다. 주인을 찾기에는 너무 번잡한 거리다.


"아이고, 바쁜데.... 정말..."


민자가 곰돌이 인형을 손에 쥐었다. 이대로 거리 위에 놔두었다가는 쌩쌩거리고 달리는 차들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일 것이 분명했다. 손가락 사이로 느껴지는 곰돌이 인형의 부드러운 감촉이 나쁘지 않았다. 


"이렇게 급하게 살다가 중요한 걸 놓치는 거지." 


민자 혼잣말을 했다. 땅에 떨어진 곰돌이 인형이 주인에게 아주 특별한 물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 한쪽에 있는 전봇대에 곰돌이 인형을 조심스레 올려둔다. 다시 스타벅스를 향해 뛰려던 민자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안 되겠다. 다음엔... 천천히 나와야겠어."


'바쁘게 사느라 정말 중요한 걸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곰돌이 인형처럼 소중한 순간들, 지나쳐버린 풍경들,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과의 시간들. 민자는 걸음을 멈췄다. 갑자기 그깟 뭐 지각정도야 하면 어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천천히 걷자. 내일은 딸을 유치원에 데려다줄 때 좋은 하루 보내라고 안아줘야겠어"


민자 숨을 고르며 걸음을 옮겼다. 스타벅스에는 지각할지 몰라도, 인생에서 더 중요한 보물을 되찾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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