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먹을게요.
남편과 내 커피 그리고 꼬마가 먹고 싶다던 곰돌이 치즈케이크.
주말오후 동네커피숍은 늘 그렇듯 사람들로 북적인다. 뭐 하고 놀까?라는 내 말에 꼬마가 말한다.
"엄마 코리안 베이커리 가자." 두어 달 전 집 근처에 파리 바케트가 오픈을 했다. 처음 문 여는 날 꼬마와 함께 가서 깨찰빵 단팥빵 그리고 꼬마가 좋아하는 치즈 빵을 사주었다. 그때 기억이 좋았나 보다. 그래 가자.
장난감 몇 개를 주섬주섬 챙긴다. 거기 가서 카페놀이를 하고 싶다고. 그래 알았어하고 앉은 거였다.
한참이 지나 우리가 주문한 것들이 나왔다. 아. 근데 꼬마가 시킨 치즈케이크가 초콜릿케이크로 나왔다.
'아 잘 못 나온 거 같은데.'하고 일어서려는 순간 조개껍질만 한 꼬마 손이 내 팔을 잡는다.
"엄마 괜찮아. 이거 먹을게. 그냥."
그 순간, 나는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어른인 나는 작은 실수에도 금방 불평을 하곤 했는데, 꼬마는 별것 아닌 듯 괜찮다고 한다.
살다 보면 작은 실수에 욱하는 일들이 많았다. 작은 실수쯤은 아무 일 아니라는 듯. 작은 실수에 하루를 망치는 것보다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기꺼이 받아들이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꼬마에게 배웠다.
삶에서 모든 일이 계획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실수나 예상치 못한 상황 앞에서 나는 어떻게 반응하느냐이다. 꼬마의 괜찮다는 말 한마디가 나에게 큰 교훈이 되었다.
늘 꼬마에게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