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술못먹어서 비주류.
16년째 캐나다에서 산다. 누군가는 이민자라고 부르고 누군가는 비주류니 검은 머리 외노자라 불렀다.
그런 말을 들었을 때 딱히 떠오르는 생각은 없다. 한국에서도 나는 주류에 끼지 못하는 사람이었으니까. 영구임대아파트에 산다는 게 그랬고. 지방대를 자퇴하던 날은 나는 실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사람들이 뭐라고 부르던 나는 삶이 바쁘다. 다섯 살 아이를 깨워 데이케어를 보내고 직장에 간다. 남편과 나 둘 뿐이라 째깍째깍 살아내기 바쁘다. 여기가 캐나단지 한국인지 잊고 산다. 저녁엔 뭘 먹지 고민한다. 돌아서면 불어나는 설거지 덕분에 나는 내가 비주류고 주류고 그런 건 정말 상관이 없다.
백인 매니저가 두 살 난 자기 딸을 봐줄 사람이 없다며 2주를 뺐다. 주류나 비주류나 사는 건 다 똑같네. 혼잣말이 늘었다. 나는 우리 남편, 그리고 우리 딸 나 셋이 재미있게 살면 주류고 비주류고 괜찮다. 나는 술을 못 마시는 사람이니 비주류가 맞기도 하고.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보다 내가 선택한 삶을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 그거면 충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