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니까 캐나다에서 커피나 말고 있지."
캐나다 스타벅스에서 일할 때였다.
복어처럼 잔뜩 독이 오른 여자 둘이 나를 불러 세운다. 에스프레소 샷이 연하다고. 커피맛이 없다고.
난 그들의 커피를 만들지 않았다. 그녀들의 주문도 받지 않았다. "저기요." 여자들이 불렀고 반가운 한국어에 반응을 했을 뿐.
여자들은 커피맛이 별로라며 환불을 요구했다. 주황색 에르메스 쇼핑팩을 손목에 걸고. 그깟 $5불짜리 커피에 인생을 걸고.
"매니저 불러드릴게요." 내가 말했다.
"아니, 됐고, 환불해." 말이 짧다. 예의를 인천공항에 두고 왔나.
"매니저 불러드릴게요. 잠시만요." 매장 수화기를 든다. "됐어. 그러니까 여기서 커피나 말고 있지." 전봇대 위에 앉은 새가 똥을 싸듯 말을 하는 재주가 있다. 이 여자. 영어로는 환불해 달라는 말을 못 하는 사람처럼 급발진이다.
그런 일들이었다. 체면을 구기는 일들. 종이도 구겨야 멀리 날아가듯. 구겨진 날들 덕분에 내가 더 잘되야겠다 생각했던 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