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성공할 때까지 한국에 돌아가지 않는다.
백팩을 뒤져 수첩하나를 꺼내. 이유영. 성공한다. 성공할 때까지 돌아가지 않는다. 캐나다행 비행기를 타고 적었던 글들. 마음들.
제길. 나 못 돌아가네.
캐나다 생활 6개월 차. 내가 이룬 건 취업사기. 천만 원 까먹기. 반지하에서 다리 많은 벌레랑 같이 살기. 아 나 그럼 진짜 한국 못 돌아가네. 아니야. 안돼. 이럴 순 없지.
무식한 사람이 용감하다고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로 취업을 했어. 똑똑 계신가요. 제가 일을 구하고 있어서요. 저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한국에서 온 블라블라. 내가 나를 파는 거야. 쪽팔리고 뭐 그런 게 어딨어. 당장 돈이 없는데 굶어 죽게 생겼는데.
뉴펀들랜드에서 내가 죽으면 한국에서 아무도 날 못 찾으러 올 거야. 한국에서 여기를 어떻게 찾아와. 그 생각하니까 무섭더라고. 죽어라 발버둥을 치는 거야. 살아야 된다고 살아남아야 된다고 물장구를 치는 거야. 그럼 물에 빠져도 수면 위로 올라가더라고.
크게 숨을 들여 마시고 문을 두드려. 제발 날 써달라고. 일을 달라고. 얼굴 근육이 아파오도록 웃어. 웃어야 돼. 난 널 해치지 않아. 무해한 사람이야. 그러니까 제발 일을 주세요. 그렇게 웃어야 돼. 뻐드렁니가 다 보이도록. 금니가 다 보이도록.
그렇게 하나가 걸렸어. 부러진 낚싯대에도 물고기가 걸려. 하나가 걸린 거야. 작은 유치원인데 덕분에 2주마다 돈이 나와서 그걸로 에어매트리스도 사고 냄비도 샀어. 살아남았어. 난 늘 나 혼자서 오징어게임을 해. 살아남자. 인간 오징어야. 살아서 뉴펀들랜드 이 섬을 나가자. 그렇게 말이야.
얼마 전에 알게 된 사실인데 나는 이 유치원에서 돈을 젤 적게 받아. 나만 외국인이거든. 이민자는 나뿐이야. 애들 교육 때문에 동양사람이 한 명도 없는 곳을 찾는다면 뉴펀들랜드 굴스를 추천해. 근데 난 그게 싫더라. 나 혼자만 튀는 게 싫어. 동양인인 나만 여기서 허드렛일을 다해. 영어가 안되니까 몸으로 때운다고 해야 하나.
아니 같이 일하는 동료들은 덩치가 나보다 두세 배씩 다 큰데, 왜 무겁고 힘든 일은 다 내가 하는 거야? 게다가 나는 유치원 자격증 레벨이 제일 높거든 근데도 나는 여기서 돈을 제일 적게 받아. 자격증이 없는 애도 나보다 돈을 더 받더라고.
싸장님 미워요. 싸장님 나빠요.
그래도 나 같은 앨 써주니까. 영어도 잘 못하고 영주권도 없는 날 일 시켜주니까 고마우니까. 그냥 하는 건데 하다 보면 화가 나 불공평하니까 근데 뽀죡한 방법도 없어. 에라이 치사하고 더러운데 때려치울 수가 없다. 성공하려면 하기 싫은 일을 잘해야 되는데. 그래. 하긴 하는데 잘하고 싶진 않아.
내가 탄 지하철은 캐나다 정착실패역에서 멈췄어. 이번에 내리실 곳은 캐나다 정착실패입니다. 다음 역은 없습니다. 다음 역은 없습니다.
아. 악몽을 꿨어. 아니야. 머리를 세차게 흔들어 이렇게 살다 죽을 순 없어. 안돼.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 한 데잖아. 내가 백인들 시중이나 들려고 캐나다에 온건 아니잖아.
이렇게 살다 죽을 순 없어. 무슨 수를 내야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