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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날계란 맞는 꿀팁.

by 캐나다 부자엄마

살면서 계란을 맞아본 적 있어? 아니 삶은 계란 말고 날계란. 맞으면 계란이 깨져서 흰자고 노른자가 가슴팍에서 콧물처럼 질질 흘리는 계란 말이야.


내가 캐나다 와서 그걸 다 맞아본다. 생계란을 그 아까운 계란을.


나는 그냥 걷고 있었거든. 이 동네에 그러니까 내가 살고 있는 뉴펀들랜드에 있는 동네에서. 검은 머리 동양 여자애는 나뿐이었어. 나는 그냥 걷고 있었어. 걷는 건 자유니까. 내 왼쪽은 찻길이었거든 그런데 갑자기 계란 하나가 쑤융날아오는거야. 자동차 창문에서.


퍽.


차에서 날아온 계란이 내 가슴팍에 맞고 줄줄 흘러내려. 뭐야. 왜. 내가 뭐 정치인이여 연예인이여. 여보세요. 사람 잘못 보시고 계란 던지신 거 같은데 고개를 드니까 계란 던진 놈이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그러더니 고백홈. 아니 서태지야. 뭐야. 나보고 집으로 왜 가래. 미친놈.


근데 그땐 무섭더라. 다리가 후들거려 달려들어서 해코지할까 봐. 계란 던진 놈은 할아버지였어. 아니 우리 할머니 말마따나 나이는 똥꼬로 쳐드셨나 왜 계란을 던지고 난리야. 아니 차에 계란을 왜 싣고 다니는 거야. 아까운걸 왜 먹지도 못하게 던지냐고.


서러워. 서러운 거야. 한국만 날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제기랄 캐나다도 날 싫어해. 그럼 난 어딜 가야 돼? 호주를 가야 되나? 근데 나 돈이 없는데.. 어디 갈 돈이 없어. 할아버지요. 내가 그렇게 싫으면 한국가게 돈 좀 보태줘요.


길에서 훌쩍거려. 등치는 산만하고 나이는 서른인데 길가에서 눈물이 나오는 거야. 눈두덩이를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 내가 사는 반지하에 들어오니까 눈물이 터지는 거야. 서러워서. 아니 내 인생은 왜 이 모양 이따구냐고 몸을 둘둘 말고 울 이불도 없는 거야. 빨간 이민가방에서 후드티 하나를 꺼내서 바닥에 깔고 티 하나를 꺼내서 덮었어. 말라서 죽은 지네처럼 몸뚱이를 동그랗게 말아.


나를 지킬 건 나뿐이라고 세상이 떠나가라 목놓아 울어. 올 사람도 없고 날 위해 울 사람도 없는 섬 같은 곳에서 눈물도 먹고 콧물도 먹으면서 엉엉 울어. 눈물이 짜. 콧물이 짜. 삶이 짜. 내 인생은 염전해변이야. 스윗하게 달콤하게 살고 싶은데 짜. 짠내가 나. 인생이 짜. 너무 짜.


울고 나니까 배가 고파. 한국에서 가져온 진라면 하나가 생각났어. 이민가방에 팔을 쑥 넣고 라면을 꺼내. 다 부서져서 라면땅 같은 그걸 손가락으로 집어 먹어. 내가 진짜 잘 산다. 내가 여기서 살아남는다. 이를 갈아. 다 갈려진 라면을 먹으면서 이를 갈아.


살아남을 것.

울지 않을 것.


계란을 맞고서도 앞으로 나아갈 것. 깨진 계란이 얼룩진 자리에 남지 말 것.


다짐했어. 다짐을 다짐하고 또 했어. 살아남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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