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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나다 부자엄마 Dec 23. 2024

캐나다 스타벅스에서 싸우는 한국엄마와 딸.

여기까지 와서 왜 싸우세요?

"아니 엄마는 저기서는 한마디도 못하다가 왜 나한테 난리야."


"아니, 그게 아니라. 내가 너무 달지 않게 해달라고 했잖아. 근데 이게 너무 다니까 그렇지."

"그럼 엄마가 가서 말해. 나한테 따지지 말고."


민자가 일하는 스타벅스 한편이 소란스럽다. 한국말은 100미터 아니 500미터에서도 들린다. 그것도 잘. 민자 스타벅스 일이 끝나고 친구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캐나다로 여행 온 듯한 한국 엄마와 딸이 서로 목소리를 높이며 말한다.


"엄마는 계속 그러잖아. 앞에서는 한마디도 못하면서 왜 나한테만 그러냐고 그럼 엄마가 영어로 말해. 엄마는 영어 한마디도 못하잖아." 


아. 딸의 말이 송곳이 되어 엄마 마음을 찌른다. 엄마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아. 어머니...


민자 한국인이 아닌 척 한국말을 못 알아듣는 척 딴짓을 한다. 


"내가 이래서 엄마랑 캐나다를 안 오려고 한 거야. 엄마는 나 없으면 화장실도 못 가잖아. 근데 왜 나한테만 계속 뭐라고 하냐고."


그동안 쌓였던 감정이 폭발한 딸은 폭주기관차처럼 뚜뚜뚜뚜 쉬지 않고 내달린다. 상처가 되는 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날아와 꽂힌다. 아.... 그만... 그만하세요. 따님.


민자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본다. 11월 밴쿠버는 비바람이 불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의 잎사귀처럼, 민자 마음도 흔들린다. 


빠글거리는 한국식 파마를 한 엄마는 몇 마디를 하려는 듯 입을 뻥끗거리다 아무 말 없이 딸을 바라본다. 더 격한 상황은 만들지 않으려는 듯, 억지로 이 상황을 참아보려는 어색한 표정이 엄마의 마음을 드러낸다. 딸은 그제야 차갑게 쏟아내던 말을 멈춘다. 엄마의 눈 맞춤을 피하면서. 


"됐어, 그만하자, " 딸이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다음엔 설탕 그냥 넣지 말고 마셔 그럼 싸울 일도 없잖아."


엄마는 두 번 고개를 끄덕이며 스타벅스 컵을 손으로 감싼다.


민자는 자리에서 조용히 일어난다.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얼마나 많은 말들이 상처를 주고, 또 얼마나 많은 사랑이 말없이 묻히는 걸까. 때로는 아니 꽤 자주 가깝다는 이유로 우리는 가족에게 상처를 주고 또 상처를 받았을까.


가깝지만 먼 그리고 완전하지만 또 불완전한 엄마와 딸.  서로의 말 한마디에 상처받고 아파하면서도, 그 아픔조차 사랑으로 품어내는 것이 엄마와 딸의 관계. 서로를 너무나 잘 알기에 더 아프고, 너무나 사랑하기에 더 서운한 엄마와 딸


민자 한국에 있는 엄마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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