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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나다 부자엄마 Dec 05. 2024

삶이 힘들 때 카라멜 마끼아또를 마신다.

달달구리 뱅뱅을 시키자.

유난히 짜증 나는 일이 많았다. 별것도 아닌데 발가락 사이에 박힌 티눈처럼 성가신 일들.


같이 일하는 동료와 손발이 맞지 않았다. 얼음이 똑 떨어졌는데 얼음을 가져오지 않는다. 바빠 죽겠는데 어제 남자친구와 싸운 이야기를 하고 앉아 있다. '아니 쟤는 왜 눈치가 없어' 민자 아침부터 시발시발거렸다. 미친 닭처럼 민자 혼자 푸드덕 거리며 매장을 날아다닌다. 스타벅스가 민자 껏도 아닌데. 민자 영혼까지 탈탈 갈아 넣고 일을 한다.


"아이스 라테에 얼음 2개만 넣어줘요. 딱 2개. 저번날엔 5개가 들어있었어. 그러면 환불할 거니까 딱 2개만 넣어요." 밴쿠버 스타벅스엔 도른자들도 많다. 아니. 그럴 거면 그냥 집에서 만들어 처...ㅁ.. 민자 가슴 깊숙이 올라오는 성질을 눌러 찍는다. 아. 참아야지.


하긴 5분 전에도 도른 자 하나가 왔었다.


"이거 아이스 아메리카노 시켰는데 너무 차가워요. 다른 걸로 바꿔 주세요." 아이스를 시켰는데 너무 차갑다니. 이게 말인가 방군가. 민자 무슨 말인가 싶어 파란 눈의 그녀를 똑바로 쳐다본다. '뭐지? 지금 나랑 싸우자는 건가?'


세상은 넓고 도른 자는 많다. 민자도 그 중 하나일지 모른다. 오늘따라 성질나는 일들이 많았다. 민자. 민자만을 위한 아이스캐러멜 마끼아또를 만든다.


제일 큰 트렌타 컵을 집는다. 있는 힘껏 캐러멜 드리즐을 들이 분다. 캐러멜을 먹지 못해 죽은 귀신이 붙은 것처럼. 민자 젖 먹던 힘까지 끌어낸다. 비싼 오트 밀크를 들이붓고 에스프레소를 넣는다. '오늘은 카페인의 힘이 더 필요해.' 민자 에스프레소 샷 4개를 때려 박는다.


'촤르르' 얼음이 들어간다. 그 위에 다시 캐러멜을 덮는다. 캐러멜이 반통이나 들어갔다.


녹색 앞치마를 던져 놓고 큰 유리창가에 앉아 아이스 캐러멜 마끼아또를 한잔 쭉 들이킨다.


"어매, 좋다."


빨대 사이로 캐러멜 덩어리 하나가 훅 올라온다. 민자 목구멍으로 달달함이 퍼진다.


"그래, 인생 뭐 있어? 내 가게도 아닌데 무슨 상관이야. 신경 쓰지 말아야지. 일도 열심히 하지 말아야지. 알아주지도 않는데. 아니 뭐 스타벅스에서 상 받을 거야? 일 열심히 한다고 돈 더 주는 것도 아닌데. 시발거리면서 일할필요가 있냔 말이야. 안 그래?" 민자 캐러멜 마끼아또 한잔 마시더니 취했다. 말이 많다.


"인생 짧다. 캐나다 스타벅스에서 뼈를 갈아 일하면서 시발거리기엔 인생이 너무 아깝잖아." 민자 브레이크가 끝나면 마치 땅을 산 사촌의 스타벅스에서 일하는 마음가짐으로 설렁설렁. 시키는 일만 하자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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