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란에서 여호와 하나님은 아브라함을 부르시고 정주 문명에서 떠나라 하셨다. 아브라함은 약 6년 정도 하란에 머물렀는데, 그의 아버지 데라가 145세 즈음되었을 때에 가나안 지역으로 이주하여 유목민으로서의 삶을 살았다. 이는 하나님이 아브라함으로 하여금 도시 문명에 익숙해져 있는 데라의 곁을 떠나 유목적 삶을 살길 원하셨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아브라함은 믿음의 조상이 될 수 있었던 것이고 이것이 이스라엘 민족이 본격적으로 유목 생활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하나님이 아브라함(창세기 12장)과 야곱(28장)을 축복하는 장면들이 있는데, 이 축복은 유목 생활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다. 하나님과 함께 하는 삶 그 자체가 축복인 것이다. 유목적 삶은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정주민의 삶은 결과에 초점을 맞추며 '결과를 갖고 말을 하라'라고 한다
정주민이 농사를 지을 때, 봄에 잎이 푸르며 무성하고 꽃이 많이 피어도 가을에 열매를 얻지 못하면 그해 농사는 망한 것이 된다. 반면 유목적 삶은 그 여정을 떠날 때 이미 축복이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아니 여정을 준비할 때부터 축복은 시작된 것이다.
예를 들면 많은 사람들이 여름에 휴가를 떠난다. 그래서 휴가철이 다가오면 사람들은 휴가를 어디서 어떻게 보낼지 계획을 하는데, 계획하는 그 순간부터 가슴이 떨리고 들뜨게 된다. 여행이라는 그 단어만 생각해도 기분이 좋아지고, 그날 만을 기다리며 준비하고, 떠나는 당일에는 온 가족이 즐거움의 콧노래를 부르며 차에 탄다.
여행 기간 내내 즐거움과 행복감이 넘친다. 때때로 여행 중간에 약간의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그 어려움이 즐거움을 없앨 만큼은 아니다. 여행 중에 겪는 어려움도 행복한 추억으로 남게 되는데, ‘간혹 남자들이 짜증만 내지 않는다면...’ 말이다.
에녹이 하나님과 동행하다가 하늘로 들려 올라간 것도 유목적인 삶의 과정 중에 하나가 아닐까? 그래서 축복의 의미가 유목민과 정주민이 다른 것이다. 우리는 어떤 축복을 추구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