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 소망 -

by 캄이브

지난 한 해
문풍지처럼 얇아진다.


한번 스치면
사각, 마른 종이처럼
시간이 저편으로 밀려난다.


새해
문지방을 넘어
조용히 병실 창가에 내려앉는다.


는 지금
침대에 잠든 아이의 숨을 세며
아침을 건너고 있다.


고른 숨결
작은 파도처럼 오르내리고,
그 리듬에 맞춰
내 마음도 겨우 흔들림을 멈춘다.


창가 유리
얼굴이 겹쳐 비친다.
밤을 지새운 눈빛
새해를 맞는 사랑의 눈빛이
한 장의 얇은 막처럼 포개진다.


창밖에는
아직 꺼지지 않은 불빛들.
어둠을 견디며 반짝이던 조명들이
마치 작은 소망처럼
자리에서 빛나고 있다.


올해의 설
고요 속에서 시작된다.


아침이면
맑은 떡국이 올 것이다.


투명한 국물은
욕심을 덜어낸 마음 같고,
둥글게 썰린 흰 떡
무사히 지나가길 바라는
시간의 단면 같다.


노란 지단은
이른 햇살의 온기이고,
가느다란 가닥은
우리의 내일처럼 길게 피어오른다.


나는 그 따뜻한 한 숟갈에
올해를 담아 삼킬 것이다.


많이 바라지 않는다.


아프지 않은 하루,
평범하게 웃을 수 있는 저녁,
그 소박한 반복이 이어지기를.


복 중의 으뜸
결국 건강이라는
가장 투명하고 단단한 이름이므로.


하얀 떡국 위에
조용히 소망을 얹는다.


창밖의 불빛처럼
흔들려도 꺼지지 않기를,


잠든 아이의 숨처럼
고르고 따뜻하기를.


그리고 우리의 한 해가
맑은 국물처럼
끝내 흐림 없이 지나가기를.


- 캄이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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