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 바람 -

by 캄이브

가지 많은 나무는
바람 잘 날 없다더니


오늘도
이 가지 저 가지
차례로 흔들린다.


에 젖은 아기 가지,
하얀 붕대를 감은 여린 가지,
놀란 숨으로
어미 품을 파고드는 어린 가지까지.


바람
어김없이

가지들을 흔든다.


나는 모른 척
하늘을 먼저 바라본다.
괜찮다, 괜찮다
속으로만 되뇌며


그러나
휘청이는 건
아픈 가지보다
먼저 들어가는

내 마음이었다.


병원이라는 넓은 공간
사람의 마음
유난히 깊게 만든다.


긴 복도의 꺼지지 않는 불빛,

여기저기 번지는 고통의 숨,
하얀 침상

좁은 커튼 사이에서


나는 본다.


아주 여린 새싹들이,

너무 작은 잎들이
바람보다 먼저

시들어가는 장면을.


비로소 깨닫는다.


매일 흔들린다는 건
아직 꺾이지 않았다는 뜻임을.


밤을 새우는 신음도,

밤새 붙잡던 고사리 손
모두 살아 있다
따뜻한 증거였음을.


바람
쓰러뜨리려 오는 것이 아니라
뿌리를 더 깊이 내리라
조용히 등을 미는

손길인지도 모른다.


많이 흔들린 자리마다

나이테는 더 또렷해지고


흔들림 끝에서

잎은 더 푸르게 돋는다.


평범한 하루가
얼마나 큰 선물인지
고른 숨 한 번이
얼마나 눈부신 기적인지


나는 이 순간도
바람 속에서 배운다.


흔들리면서도
자라는 나무로,


흔들리면서도

중심을 잡는 나무로,


엄마라는 이름으로

조용히
단단해진다.


- 응급실에 이어, 기약 없는 병실에서 -


캄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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