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우가 편리하면 모두가 편하다.
순천만에 용산 전망대가 있다. 서울의 용산이 아니라 순천만에도 용산이 있다. 산이 용처럼 닮아서 용산이다. 옛날에는 용머리가 있는 목덜미와 굽은 허리 부분을 가로질러 계단이 있었다. 용산을 오르면 기를 받는다는데 '왜! 목을, 허리를 밟고 올라야 할까?' 생각이 깊어졌다.
아버지는 골다공증을 7년 동안 앓다가 돌아가셨다. 가끔 화장실 가실 때 어깨동무하여 돕다보면 '팔이 바르르 떠셨다.' 멀리 떨어져 있는 화장실 문턱을 보고 그런 것이다. '장애를 가진 사람이 가장 무서운 것이 계단이구나!" 그때 알았다.
그런 경험을 하고 나서 관광시설물을 만들 때마다 계단을 없앨 수 없을까? 많은 고민을 했다. 그런데 건축물이나 언덕을 오르내리는 곳은 반드시 계단이 설계되었다. 건축법상 할 수 없다지만 시공하면서 고쳐나갔다. 순천만 용산 전망대를 오르려면 300개의 계단을 올라야 했다. 그것도 용의 목과 허리를 밟아야 했다. 계단을 없애는 방법을 생각했다. 용머리 앞으로 길을 돌리고, 굽은 허리 부분은 데크다리를 놓았다. 이제는 장애우들도 휠체어를 타고 전망대까지 오를 수 있다. 70만 평의 갈대군락과 우리나라에서 가장 해넘이가 아름다운 순천만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곳 순천만! 의미 있는 곳으로 변했다. 장애우가 편리하면 모두가 편하다.
그 후, 순천만 국가정원을 조성하게 되었다. 30만 평의 드넓은 정원이지만 '계단을 하나도 없이 만들고자 하는 것이 꿈'이었다.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쳤다. 정원 내에 전시관이나 화장실 등 건물들이 많았다. 모두 입구에 계단이 설계되어 있었다. 건축법상 어렵다는 이유로 검토가 불가능하다 했다. 설계자와 시공자들이 함께 수차례 토론을 했다. '목표는 입구에 계단을 없애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라 했다. 건물 입구에 계단을 만드는 것은 건물 내로 빗물이 못 들어가게 하는 것이다. 방법을 찾았다.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입구에 지하로 물받이를 만들고, 계단을 모두 없앴다.
우리나라 건물마다 일반인이 출입하는 길이 있고, 장애우 시설이 별도로 되어있다. 순천만 국가정원은 계단 없이 하나로 통일했다. 30만 평이 넘는 정원시설 어디에도 계단 하나 없이 조성했다. 그래서 국가에서 우리나라 최고의 장애우 복지시설로 수상하기도 했다. 아름다운 화장실 수상도 했다. 순천만과 순천만 국가정원! 그 의미를 알고 걷다 보면 행복을 느낄 수 있다.
* 이런 의미가 있는 정원이기에 추가 시설을 할 때 계단을 만들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