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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무원 덕림씨 Feb 22. 2021


문전옥답에 무슨 놈의 정원이냐?

순천만을 보호하기 위한 에코벨트!_그렇게 깊은 뜻이?

#1 경북문화관광공사 주최로 열리는 해돋이 역사 관광포럼에서 ‘태화강 국가정원 왜 생태관광인가?’라는 주제 강연을 한다. 행사 참여자를 모집하면서 먼저, 예상 질문을 받았다. 역시 고기를 잡는 법을 묻는 질문이 많다. 나는 강의를 시작할 때마다 하는 말이 있다. ‘저는 여러분에게 고기를 잡아 줄 수는 없다. 다만 고기를 잡을 수 있는 그물을 드릴 것이다. 그리고 나의 경험을 모두 공유할 이다. 나의 강연을 듣고 혼란스럽거나 헷갈리면 오늘 강연이 효과 있는 것이다.’


#2. 201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마친 후 제1호 순천만국가정원이 탄생했다. 지난해 제2호 울산 태화강국가정원이 지정되었다. 충남의 가로림만해양정원, 충북의 청남대국가정원 등등 시. 도와 시. 군이 앞다투어 국가정원 조성을 기획하고 있다. 전국이 생태적으로 변한다는 것에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대한민국 제1호 순천만국가정원 탄생 배경     

순천만국가정원! 탄생 배경을 살펴보자. 처음부터 정원을 상상했던 것이 아니다. 순천만습지를 복원했더니 관광객이 급속히 늘었다. 주말이면 순천만 주변은 주차장으로 변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순천만이 훼손된다고 우려했다. 순천만 입구를 '5킬로 후방 도심 쪽으로 이전해야만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다'라고 했다. 이론상 맞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다.

차량으로 인해 순천만 훼손 위기에

문화관광부의 승인을 얻고 이전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발생했다. 순천만 방향으로 신도시가 계속 개발되면서 몇 년 사이에 순천만이 항구로 변할 조짐이었다. 이번 기회에 습지센터 건너편 농경지를 정원으로 조성하고, 에코 벽을 만들 계획을 세웠다. 어느 시장이 오더라도 순천만 방향으로 도시 확장을 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의도가 있었다. 그 상상이 바로, [순천만정원 조성사업]의 시작이었다.

순천만 입구를 5킬로 후방으로 이전 요구 

 순천만 보전을 위한 에코벨트라고?    

순천만정원 조성계획을 국가에 보고하고 국비지원을 요청했다. 국가는 한 푼도 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국비지원 항목에 ‘정원 조성’ 항목이 없다는 것이다. 열악한 시재정으로 수천억이 드는 사업 추진은 어려웠다. 전 직원이 한마음으로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결국 국가의 규정에 맞출 수 박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국제행사를 기획하고 국가의 승인을 받으면 국비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태동한 것이 ‘2013 국제정원박람회’인 것이다. [순천만 보호를 위해 에코벨트를 정원으로 조성하고, 국비지원을 받기 위해 국제행사를 기획한 것이다.] 국제행사가 승인되던 날 시민들은 시청 앞에 모여 환호성과 함께 축제를 열었다.

   

문전옥답? 마을과 고압선이 지나가는 곳을 정원으로

순천만습지 복원과 순천만국가정원 조성사업을 총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있다.  반드시 ‘Why!’왜 이일을 해야 하는지 의미를 찾는 것이다.  왜 우리 시에, 왜 우리 도에 국가정원이 조성되어야 하는지? 분명해야 한다. 왜만 확실하면 방법은? 전략은? 사업비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 당시 순천시는 재정자립도가 20%도 안되었다. 그러나 빚 한 푼 없이 조성하였다. 

 

처음에 시민 반대_의미 공유_찬성으로 변하다.    

처음 구상단계에 대다수 시민들은 반대했다. ‘문전옥답에 무슨 놈의 정원이냐? 순천시를 말아먹을 일 있느냐?’ ‘생태 좋아하지 마라, 겨울에 말리면 동태고, 강원도에서 말리면 황태다.’ 조롱의 연속이었다. 시의회에서는 예산을 삭감하고, 총괄 책임자는 자리에서 물러나는 등 반대 목소리는 날로 커졌다. 그 당시 나는 순천만 복원사업을 5년 동안 하고 있을 때였다. 이 혼란이 거듭될 때, 순천만 정리가 다되었으면 정원 조성 책임자로 일할 것을 요구했다. 솔직한 심정은 회피하고 싶었다. 그러나 운명적으로 받아들여야 했다. 

정원 조성 의미를 설명하고 현장투어도 하다.

허리춤을 단단히 하고 각오를 다지면서 이 일을 시작했다. 먼저, 시민의 신뢰를 얻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모든 과정을 시민에게 알리자'생각했다. 매일 시민 50명을 공사현장에 초청하여 ‘왜 우리는 지금 정원을 조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이유와 의문점에 대한 답변을 드렸다. 조성과정 하나하나를 설명하는 현장 투어도 병행했다. 10개월 정도 지나면서 시민 80%가 찬성으로 변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전국의 친인척들에게 박람회 입장권을 팔러 다녔다. 시민 모두가 홍보맨이 되었다. 


국가정원 조성하려면_Why 왜! 의미를 찾고 전략을 실행해야

새롭게 국가정원을 구상하거나 조성계획을 진행하는 지도자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왜 국가정원이 조성되어야 하는지 반드시  의미를 찾고 일을 시작하기 바란다. 의미가 분명하지 않으면 계획되었더라도 추진하기 어렵다. 완성되더라도 골칫덩어리 시설물이 될 수 있다.


순천만국가정원_도시팽창만 막아도 그 임무는 끝났다.

여수엑스포장과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장을 보라. 지금도 재개장을 못하고 뉴스거리로 남아 있다. 할 말이 많지만 여기까지... 어떤 일을 하더라도 그 의미가 분명하면 강한 반대도 설득할 수 있다. 그러나 Why가 분명하지 않으면 전략도 빚 나간다. 예산이 있으니 하거나, 지역개발 명분으로 하거나, 남들이 하니 나도 한다면 실패할 확률이 크다. 순천만국가정원은 [순천만을 보전하기 위해 도시팽창을 막기 위한 에코벨트를 정원으로 조성한 것]이다. 도시팽창을 막기 위한 방패 역할만 하여도 그 임무는 끝난 것이다. 대한민국이 자연을 보전하는 국가라는 이미지를 세계에 알리고 있다.

순천만국가정원 모습/좌측 아래가 당초 설계된 호수/찰스젱스가 변경한 순천호수/순천을 이지지로 도심 가운데 봉화산을 주변물이 도시를, 데크가 강이 흘러 순천만으로 주변 봉우리가 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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