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일자리, 주민참여 _생각하는 갈대
순천만 국제정원 울타리가 왜 갈대로 되어있는가?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원 울타리가 갈대로 되어있는 것이 왜 궁금할까? 우리나라 대부분의 공공시설 울타리가 철재 휀스로 되어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 울타리도 처음 설계에는 여느 공공시설처럼 철재 휀스로 설계되어 있었다. 고민할 것 없이 쉽게 빨리 하려면 설계대로 하면 가장 좋다. 그러나 완성하기 전까지 좀 더 좋은 방법을 고민하다 보면 여러 가지를 상상할 수 있다. 그 당시 이 공사를 총괄하는 나는 공정 하나하나에 매일 생각이 많을 때였다. 어느 날 저녁 문득 울타리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잠이 들었다. 잠을 자다가 꿈속에 번 듯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나면서 잠을 깼다. 머리 위에 있는 종이를 꺼내 들었다.
언젠가 일본을 정원 시찰을 하면서 보았던 갈대 울타리가 연상되었다. 연결해서 유럽을 시찰할 때 갈대를 보물 다루듯 다듬는 사람들을 보았다. 바로 이거다. 우리는 한때 갈대가 귀찮다고 불을 질렀는데... 이것을 이용하자. 잠자다 말고 일어나 노트에 갈대울타리를 그렸다, 색깔도 입혀봤다. 파도처럼 웨이브도 주었다. 멋있었다. 다음날 아침 공정회의를 하면서 직원들에게 그림을 보여주면서 이렇게 바꾸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한 사람도 긍정적인 반응이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계획대로 해도 힘든 공정인데, 이제야 바꾸냐? 는 표정이었다. 회의를 마치고 담담 팀장과 별도로 더 깊이 논의했다. 어렵다는 결론이었다. 며칠 후 현장에서 설명했다. 반승낙을 얻었다.
그러나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이미 설계된 대로 하면 바로 설치할 수 있는데, 갈대로 변경하면 수많은 과정이 요구되었다. 갈대를 어디서 확보할 것이며, 사용 가능토록 누가 다듬을 것이며, 이를 엮을 사람은 누구며, 과정 하나하나가 쉽지 않고 문제만 수두룩 했다. 특히 갈대는 하루에 바닷물이 두 번씩 들고 나기 때문에 바닷물이 빠질 때만 밸 수 있다. 또 낮에 물이 빠져야지 밤에 빠지면 하루도 밸 수가 없었다. 수많은 난관이 앞을 가렸다.
그러나 기존의 설계대로 2억 원의 사업비로 휀스 울타리를 한다면 광주나 서울 업자에게 낙찰될 수도 있다. 그런데 갈대로 울타리를 조성하면 순천만 주변 농업인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예산도 3분의 1이면 가능했다. 바로 이 부분에 더 포기할 수 없었다. 과정은 힘들지만 예산도 적게 들고, 지역의 농업인의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정원의 멋을 더할 수 있는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순천만 갈대 울타리! 반드시 해내고 싶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아직도 도심 속 순천만 국가정원의 갈대울타리는 보는 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그리고 계속 의문을 던진다.
기술력과 편리성만 추구하다 보니 모든 시설물들이 동일하다. 다른 생각과 감성을 안겨줄 거리는 계속 없어진다. 도심에 공원을, 정원을 조성한 이유는 무엇일까? 기술력을 뽐내기 위한 것일까? 아니다. 여유와 혼탁한 마음을 씻기 위한 유일한 장소이다. 일자리가 없어진다고 걱정을 하지만 우리들 스스로 없애는지도 모른다. 지역의 특성에 맞게 주민들이 잘할 수 있는 일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생태관광은 지역주민의 일자리를 늘리는 좋은 수단이다. 이를 관리할 지역주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갈대를 베고, 울타리를 엮고, 관리를 누가 잘할까? 바로 지역주민이 전문가이다. 지역주민이 잘할 수 있는 일을 찾고, 그 일을 늘려 나갈 때 주민 참여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순천만 국가정원 갈대울타리가 왜 갈대로 되어있는지 의문이 풀렸기를 바란다. 감성, 일자리, 참여를... 생각하면서 조성한 것이다. 순천만 갈대로 만들어진 세계에서 유일한 갈대 울타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