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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또 Feb 20. 2024

50만 원짜리 경험(?)하고 왔습니다

가시는 또 왜 박혔는데...

 오늘은 부동산 1호기 잔금을 치러 다녀왔다. 피곤하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아침 9시에 출발했다. 그리고는 돌아오는 길에 울어버렸다. 너무 속상해서, 내가 너무 바보 같아서 울어버렸다. 내 잘못이긴 하나, 억울해 미칠 것 같아서 그냥 눈물이 났다. 오늘은 어쩌다 50만 원짜리 경험을 했다.



모든 건 내 잘못이긴 한데...

 오늘은 9일 만의 휴무날이다. 휴무이지만, 쉴 수 없는 날이기도 하다. 바로 부동산 1호기 잔금을 치러 가야 하기 때문이다. 대구에서 차로 2시간 거리에, 아침 일찍 도배를 해서 오전 9시에 집을 나섰다. 계약서와 OTP(처음 써봄)를 챙기고 출발했다.


 이제 2시간 거리는 껌이다. 도착하니 11시, 우선 도배 중인 부동산 1호기에 들렀다. 이미 작업하고 있는 my 하우스. 전 세입자 분이 전날 짐을 다 뺀 상태라 이곳저곳 수리할 곳이 보였다. 가장 먼저 보인 곳은 '안방 걸레받이 몰딩'이었다. 이곳은 전 세입자 분이 깨셔서 수리를 해놓고 나가야 했다. 왜 이때는 몰랐을까? 파손된 것을 '교체'가 아닌 임시방편으로 '스티커만 붙인 상태'라는 것을... 봤음에도 왜?! 그냥 지나쳤을까?


 잠깐 이 부분에 대해 설명하자면, 도배를 위해 전 세입자 분께서 살고 계실 때, 도배업체가 현장 실사를 나갔다. 전 세입자 분이 수리 업체를 알아놓은 상황이었으나, 도배 업체 쪽에서 이것을 본인들이 무료로 해주겠다고 했다. 어떻게 보면, 내쪽에서도 전 세입자 쪽에서도 좋은 상황. 우리는 그렇게 도배업체에 안방 걸레받이 문제를 맡겼다. 나 역시 정확히 어떻게 파손되었고, 어떻게 수리해야 하는지 더 묻지 않았다. 귀찮아서 신경 쓰기 싫어서... '알아서 잘해주시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했었었다.


 도배하는 것을 구경(?)만 하고 바로 잔금 치러 부동산에 갔다. 새로운 세입자와 만났다. 억 단위의 돈이 오갔고, 전 세입자한테도 보증금을 보냈다. 그렇게 모든 돈거래는 끝이 났다. 끝이 나버렸다. 홀가분한 기분으로 다시 대구로 내려가는 길에 새로운 세입자 분께서 연락이 왔다. "안방 걸레받이 부분이요. 그냥 스티커만 붙인 것 같은데요? 저희는 상관없지만, 아셔야 할 것 같아서요"


 나는 아차 싶었다. 아니, 망했다고 생각했다. 왜 문제가 문제라는 것을 지금 이 시점에 깨달았는가?! '파손된 걸레받이를 교체해야 하는 게 맞는데 왜 스티커만 붙여놓고 수리했다고 했지?'라는 생각을 왜 지금, 잔금 다 치른 상황에 생각을 하는 것인가?!


 그렇다. 이제야 문제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도배업체와 전 세입자 분께 전화를 했다. 결론은 뻔했다. 도배업체는 단순히 스티커만 붙여도 되는 것이라 생각했고, 전 세입자는 도배업체만 믿고 이사를 간 것이다. 임대인인 나로서는 매도할 때를 생각해 이것을 교체해야만 했다. 그 비용은 무려 50만 원!!!


 부랴부랴 전 세입자께 연락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었는데, 비용을 주셔야 할 것 같다고... 사실상 이제 전 세입자는 돈을 지불할 의무가 사라졌는데 말이다. 도배업체는 도배업체대로 억울했고, 전 세입자는 전 세입자대로 곤란했다. 그리고 가장 환장할 사람은 나였다. 왜 상황이 이 지경이 되었을까?


 대구로 돌아오는 길, 전 세입자, 도배업체, 부동산에 계속 통화했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이 누구한테 있는가? 누구한테 화내야 하는가?! 너무 속상해서 너무 화가 나서 너무 억울해서 돌아오는 길에 울어버렸다. 내 잘못이긴 하나, 억울해 미칠 것 같아서 그냥 눈물이 났다.


 마음을 추스르고 '그래, 이 모든 것은 내 잘못이다'라고 생각했다. 전 세입자 분은 새로운 업체를 알아보고 견적 뽑는 대로 연락을 준다고 했다. 이제는 수리 비용의 절반만 주셔도 감사한 상황. 그래, 이 모든 것은 다 내 잘못이었다. 귀찮다고 정확히 알아보지 않은 점. 수리할 부분을 제대로 요구하지 않은 점. 확인도 제대로 안 하고 보증금을 내준 점. 무료라고 그냥 넘어간 점. 알아서 잘해주겠지라는 무임승차 같은 생각을 한 점... 그래, 다 내 잘못이 맞았다.

 

 그렇게 허탈하게 집에 도착하니 오후 4시 반쯤 되었다. 이것저것 사기 위해 다이소에 들렸다. 힘없이 장을 보고 집에 도착했다. 차암, 날이 날이더라. 이렇게 꿀꿀한 날 왜 손에 가시가 박힌 것인가?! 좀 쉬려 했거늘 바로 피부과에 가서 2만 원을 또 날렸다. 오늘은 정말 되는 일이 없는 날인가 보다.


 아니, 아니다. 오늘은 진짜 많이 배운 날로 정의하자. 일은 내가 알아볼 것. 귀찮다고 대충 남한테 넘기지 것. 꼼꼼히 살펴보고 거래할 것. 무료라면 의심해 볼 것. 오늘은 그렇게 50만 원어치 교훈을 얻었다. 절대 다음에는 이런 멍청한 짓은 하지 않으리라!




그런데 가시 박힌 건 쫌 억울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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