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이 내 몸이지 않아
결혼한 지 1년 반 정도 되었다. 임신 준비를 꽤(?) 했었으나, 쉽게 생기지 않아 내년이 되면 시험관까지 고려해 보기로 했다. 그러던 2025년 12월 마지막 주, 임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름 오래 기다려온 만큼, 행복감은 두 배로 컸다.
아직 아기도 보이지 않고 심장소리도 들리지 않고 난항만이 보였던 5주 차, 실감이 나지 않았다. 아무것도 변한 게 없는 것 같은데 엄마가 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이미 뱃살로도 풍만한 이 배가 더 부풀 수 있나? 뭐 그런 의문만 들었다.
몸속에 한 명의 생명이 들어선 뒤로 일상이 바뀌었다. 일단, 주 4회 가던 헬스를 한 번도 가지 못했다. 고강도 운동을 좋아해 인터벌 러닝을 해왔는데, 1km도 못 뛰고 있다. 무엇보다 내 몸이 더 이상 내 몸이지 않게 되었다.
6주 차 때부터 소화가 슬슬 안 되더니 8주 차인 지금 토덧까지 시작되었다. 빈 속이면 고통스러울 정도로 속이 울렁거리고 토할 것 같아 계속 먹어야 하고, 먹으면 또 소화가 안 돼 불쾌한 기분이 반복되었다. 그러다 엊그제 단단히 체한 건지 먹은 것을 다 토했다. 할 수 있는 건 웅크리고 앉아있는 것과 누워있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임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마자 나름의 계획을 세워놨다. 일(투잡 알바)은 4월까지 하고, 근력운동은 주 3회, 버터와 건강한 빵을 주말마다 만들어 보는 나름의 계획들... 그러나 더 이상 내 몸은 내 몸이 아니었다. 일은 하나를 그만두었고, 버터 냄새도 맡기 싫으며, 빵은 소화가 안 될 것 같아 쳐다보지도 않게 되었다.
제대로 먹을 수도 활동할 수도 없게 되다 보니 무기력과 함께 불안함이 들기 시작했다. 이 귀한 시간을 이렇게 웅크리고만 있는 게 맞나? 뭐라도 하나 더 해야 하는 이 시기에 가만히만 있는 게 맞나? 임신만으로도 내 일상이 이렇게 바뀌는데 출산하고 나면 나의 시간이라는 것은 존재할까?
이런 무기력과 불안함이 있다한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이게 현실이다. 당장 오늘 할 수 있는 것은, 그리고 해야 하는 것은 '나' 챙기기이다. 소화는 안되지만 그래도 챙겨 먹고 물도 자주 먹고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것! 지금은 이게 최선이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시작부터 쉽지 않다. 뜬금없지만 세상 모든 어머니들을 존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