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아닌 색을 볼 줄 아는 눈을 키울 것
나는 J(mbti) 형 인간이다. 계획을 좋아하고 하루가 정해진 틀대로 돌아간다. 그렇다 보니 빵도 매뉴얼대로 정해져 있는 줄 알았다. 이것은 크나큰 착각이었다. 빵은 'J'가 아니라 'p'였다. 맛깔나게 굽기 위해서는 시간이 아닌 환경에 따라 변하는 색을 보고 판단해야 하는 것이었다.
아기 제빵사는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오븐 파트를 맡게 되었다. 모든 빵들이 (불안하게도)내 손을 거쳐 나간다. 크든 작든 비싼 것이든 싼 것이든 전부 이 손에서 구워져 나간다. 어느 빵집은 경력이 가장 많은 제빵사가 오븐 파트를 본다고 한다. 그날의 반죽 상태에 따라 더 구워야 하는지 덜 구워야 하는지를 판단한다고 한다. 그러나 경력 한 달 차인 내가 반죽 상태를 어찌 알겠는가!? 우선은 선배님이 알려주는 대로 굽기 온도와 시간을 매뉴얼처럼 외웠고, 그 시간에 정확히 오븐에서 꺼내었다.
이것은 큰 실수였다. 매장에서 덜 구워진 것 같다는 클레임이 들어왔다. 그렇다. 빵은 매뉴얼이 아니었다. 그날의 날씨와 온도, 반죽 상태 등 여러 가지 요인에 따라 달라지는 변화무쌍한 'P'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평소대로라면 11분이면 구워지던 것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14분이 되어도 색이 잘 안 붙는 일이 생겼다. "어제 이 시간에 뺐으니, 오늘도 이때 빼는 게 맞겠지", "치즈 색이 옅은데, 시간이 되었으니 다 구워졌겠지?"라고 단순히 생각했다. (무슨 자신감이었니?)선배님께 다 구워진 건지 물어보지도 않고 매장에 내었다. 역시 사람은 자만하면 안 된다! 클레임이 들어왔고, 과장님이 이 일을 아시게 되었고, 빵은 다시 오븐 속에 들어갔다. 그렇게 오븐 속 열을 다시 맛본 빵은 맛깔난 색으로 재탄생되었다. 이번에는 온도와 시간이 아닌 색이 보였고, 처음으로 감각으로 익히려 했다.
이번 실수로 깨달은 점이 크다. 빵은 매뉴얼이 아니라는 사실. 감각으로 익혀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최고의 색을 뽑아내기 위해 아가 제빵사가 버려야 하는 것은 '매뉴얼'이며, 키워야 하는 것은 '색을 볼 줄 아는 눈'이다. 이제는 빵이 오븐 밖으로 나올 때마다 색을 눈에 익히는 연습을 하고 있다. 가장 맛깔난 색을 뽑는 그날까지 연습은 계속되리라!
시간이 아니라 색을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