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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또 Jul 10. 2023

중간에 멈춘다면 하수다

18층 계단 오르기 10회 클리어

오늘은 휴무 날. 한 달에 한 번 본가인 전주에 온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하는 일은 냉장고 뒤지기. 본가에는 왜 항상 먹을 게 많을까? 블루베리, 옥수수, 기장떡, 삼계탕... 야무지게 털었다. 먹었으면,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집까지 와서 운동하기란 쉽지 않은 일. 간단히 계단 오르기 10회 정도 반복하기로 결정했다.


10분 뒤 그 결정을 후회했다...


끝까지 하는 힘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건강이다. 20대 초반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꾸준히(?) 해 온 일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매일 30분 정도는 심장을 뛰게 해 준다. 이런 나지만 본가에 오면 게을러진다. 집청소며, 빨래며, 밥 차리는 거며, 이곳에 오면 내가 해야 하는 일은 하나도 없다. 심지어 세차까지 아빠(오늘 휴무이시다)와 함께...


집에 오면 아무 일도 안 해도 된다는 그 편안함이 한 달 동안 쌓여 있던 피로와 긴장감을 녹여준다. 그러나 아무 활동도 하지 않은 채 주구장창 배만 채워 죄책감이라는 감정은 쌓여간다. 저녁 먹기 전, 편안함과 죄책감 사이에 갈등이 일어난다. 운동을 할까? 말까? 해? 말어? 이 갈등은 대략 15분 정도 이어진다. 갈등의 결과는 몸을 일으키는 것(저녁을 먹기 위해). 보통은 홈트를 하지만 오늘은 다른 운동이 하고 싶기도 하고, 매트 위에서 나팔나팔 거리는 것이 귀찮아 간.단.히 계단 오르기를 하기로 결정했다.


1층에서 18층까지 계단 오르기 10회 반복. 예상 소요 시간 약 30분. 발 뒤꿈치로 차오르듯이. 허리는 펴기. 시선은 땅이 아닌 정면. 팔은 위아래로. 1세트는 한 계단씩 올라가며 몸에 열을 내주었고, 2세트는 힙업을 위해 두 계단씩 올라갔으며, 3세트는 탄력을 받아 속도감 있게 올라갔다. 그리고 마주한 4세트... 한 계단 오르기가 무서워졌다.


가수 김종국 님과 모델 한혜진 님이 살 빼는 베스트 운동으로 어떤 운동을 꼽았는지 아는가? 바로 '계단 오르기'다. 직접 계단 오르기를 해보니 왜 살이 잘 빠지는 운동이라고 했는지 알 것 같다. 체감상 계단 오르기는 하체 운동 2시간 아님 빵 100개 굽기와 맞먹는 느낌이었다. 그만큼 숨이 차고 체력 소모가 어마무시 한 운동이다. 간.단.히 운동하려다 골로 갈 것 같았다.


5세트 후 집에 들러 물 한 잔을 마셨다. 평소 냉수를 마시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안 마시면 안 될 것 같았다. 냉수 한 잔 드링킹 후 또 다른 내적 갈등이 찾아왔다. "이 정도 했으면 충분한데 그만할까? 아니야 여기서 포기하지 말자. 목표치까지 가자. 이거 포기하면 다른 것도 하다가 만다." 선택은 후자. 집을 다시 나섰다.


한 계단 한 계단이 고비였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그래도 끝까지 발을 내디뎠다. 8세트... 5세트 때와는 또 다른 엄청난 내적 갈등이 찾아왔다. 첫날이니까 이 정도만 할까??!! 그때 걸려온 남자친구의 전화. "그래, 전화하면서 올라가 보자. 끝까지 가보자" 그리고 마침내 끝이 났다. 정확히 50분이 걸렸다. 땀으로 떡져버린 앞머리. 코로 숨을 쉴 수 없는 심장박동. 허리를 펼 수 없는 고통.


적당히가 아닌 목표한 곳까지 끝까지 가보았다. 스스로 설정한 목표치까지 갔다는 성취감. 비록 작은 성공이지만 오늘 했으니, 내일은 더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작은 확신이 생겼다.


오늘의 교훈 : 넌 끝까지 갈 수 있다. 중간에 포기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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