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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또 Sep 09. 2023

나를 위해 나를 버린다

반죽 파트로 체인지합니다

 "빵은 반죽, 오븐 그리고 단팥빵만 쌀 줄 알면 어디 가서 굶어 죽진 않는다 했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들어와서 1년도 안 돼 오븐이랑 반죽을 전부 배울 수 있다는 건 기회야."라고 선배가 말했다. 이 기회를 잡은 사람은 바로 나다.



9번의 화상자국을 입고 얻는 자리

 올해 1월 25일, 빵을 만들어 보겠다고 경력도 자격증도 없이 빵집에 취직했다. 첫 포지션은 오븐이었고, 이 빵집에서 오븐을 보는 여자는 내가 처음이었다. 원래 남자를 뽑을 생각이었으나, 워낙 사람이 안 구해지기도 했고 (부장님 피셜) 면접 목소리가 우렁차 뽑았다고 한다. 그렇게 빵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오븐을 맡게 되었다.


무엇이 데크오븐이고 로터리이고, 컨백션 오븐인지 몰랐다. 시간만 되면 다 구워진 줄 알고, 빵을 뺐다가 구박받는 건 기본이었다. 발효점은 또 어디냐? 빵이 얼마나 컸을 때 구워야 하는지 판단이 되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오븐 파트에 익숙해질 때쯤, 이제는 날씨에 적응해야 했다. 어느덧 여름이 되었고, 오븐 사이에서 더위에 적응하느라 혼쭐이 났었다.


 그렇게 7개월 후 지금은 정확한 발효점을 알 게 되었고, 굽기 완성도를 시간이 아닌 색을 통해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영광의 화상자국을 얻었다. 그것도 9군데나... 사람들은 말한다. (특히 부모님) 아가씨 손이 이게 뭐냐? 왜 그렇게 까지 하냐? 이런 질문을 들으면, 가끔 회의감이 들 때도 있다. but 나는 안다. 목표가 있다면, 더 큰 것을 얻으려면 분명 이런 희생구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화상을 입어도, 더워 죽을 것 같아도, 발바닥이 저려도 버텼다. 일단 버텼다. 그랬더니 또 다른 기회가 주어졌다. 바로 반죽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나에게 왔다! 적어도 이 빵집에서 오븐을 보는 여자는 내가 처음이고, 반죽을 보는 여자로는 두 번째이다. 더욱이 경력도, 그 무엇도 없는 사람이 1년도 안 되는 시간에 오븐과 반죽 두 파트를 다 배울 수 있다는 것은 천운의 행운이다. 그 행운을 내가 거머쥐었다.


 선배는 말했다. "OO아. 빵은 반죽, 오븐 그리고 단팥빵만 쌀 줄 알면 어디 가서 굶어 죽진 않는다 했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들어와서 1년도 안 돼 오븐이랑 반죽을 전부 배울 수 있다는 건 기회야."라고. 나도 안다. 이것은 쉽게 얻을 수 없는 기회라는 것을. 그리고 이런 기회는 희생을 감수한 사람이, 인내한 사람이, 버텨낸 사람만이 쟁취할 수 있다는 것을.




 지금 나의 손은 내가 봐도 아프다. 화상자국과 습진으로 얼룩덜룩. 그러나 나는 더 큰 나를 위해 나를 버리는 중이다(by 박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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