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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또 Oct 09. 2023

서러워서 우는 걸까요? 아파서 우는 걸까요?

오랜만에 엄청 울었네요

 퇴근하기 위해 청소하는 중, 보기 좋게 미끄러 넘어졌다. 엉덩방아 한 번 찧고, 팔에 상처 한 번 입어주고, 물 한 번 엎질러 주었다. 그리고... 눈물 한 바지 흘려주었다. 그렇게 아픈 건 아닌 것 같은데,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나 왜 이렇게 울지? 창피하니깐 그만 좀 울지...' 그냥 그냥 서러워서 그런가?



뭐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오늘은 울자

 오전부터 일이 많았다. 아침에 식빵 종류와 바게트, 밤식빵과 단과자 반죽을 치고, 오후에 모찌속, 초코시트, 번속 등 쉼 없이 반죽기를 돌렸다. 시간은 어느덧 퇴근시간을 향했고, 나름 일찍 끝날 것 같아 헬스 갈 마음에 신나 있었다. 그러다...(참, 겨우 이 하루도 맘대로 되질 않네) 행주를 빨고 주방 쪽으로 가던 중 턱(주방과 매장 사이)에서 그만 미끄러졌다.


 보기 좋게 엉덩방아 한 번 찧고, 팔에 상처 한 번 입어주고, 물 한 번 엎질러 주었다. 넘어질 때 누구나 드는 감정, 아픔보다는 창피함. 평소 놀려대기만 하던 빵집 남정네들이 달려와 괜찮냐고, 어디 다쳤나고, 많이 아프냐고. 사실 아프긴 해도, 그렇게 아프진 않았다. 그런데, 그런데 왜? 눈물이 이렇게까지 쏟아지는 걸까? 매장 언니는 넘어진 내 팔에 약을 발라줬다. 그리고는 우는 나에게 '괜찮다고, 울고 싶으면 맘껏 울라고. 네가 지금 우는 건 서러워서 그런 거라고. 쌓아두면 병 된다고. 괜찮지 않으면, 안 괜찮다고 말하라고...' 말해주었다.


 정말 내가 지금 왜 이렇게까지 우는지 알 수가 없었다. 오븐 보다가 화상을 10군데나 입을 때도, 반죽 치다가 상처 입고, 멍이 들었을 때도, 난 괜찮았다. 그런데 겨우 이걸로 왜 이렇게 우냐고? 지금까지 입은 상처들이 한꺼번에 분풀이하듯이 이때다 하고 터져 나왔나 보다. 사실은 나 괜찮지 않았나 보다.


 집으로 가는 길에서도 눈물은 멈추질 않았다. 차에 타고나서는 누가 들을까 걱정될 정도로 엉엉 울었다. '뭐가 그렇게 서러웠니? 뭐가 그렇게 쌓였었니?' 나조차 이유를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건 지금 많이 울어야 한다는 것. 나는 내일 또 강한 척, 괜찮은 척을 해야 하니까. 오늘 만큼은 약한 척, 안 괜찮은 척 해보려한다.




오늘 딱 하루만 그냥 맘 놓고 울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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